[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중국기업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경쟁하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산업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www.keri.org)이 한국경제학회·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의 맹추격으로 인한 제조업 위기 타개책을 쏟아냈다.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제품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경영전략의 중심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을 넘어선 샤오미에 대해 "샤오미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휴대폰 자체는 싼 값에 넘기고 거기에 부가되는 소프트웨어나 응용 어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는 다른 패러다임을 시도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삼성과 유사하게 기술력에 기초한 제품 성능만으로 승부하는 화웨이는 샤오미보다 오래된 기업이지만 정작 삼성을 넘어선 것은 화웨이가 아니라 샤오미였다"면서 "우리기업에 진짜 위협은 같은 방법으로 경쟁하려는 후발기업이 아니라 다른 패러다임을 들고 나오는 후발자"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산업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 선제적 방어의 목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기업을 일찍 인수해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일례로 삼성이 초기에 샤오미를 인수했더라면 선제적 방어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을 망각해선 안 된다"면서 "전통적으로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은 항상 빨리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는 것으로서 기술적 우위만 믿고 새롭거나 다른 트렌드를 무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인용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도 가장 빠르고 2040년 경에는 OECD 회원국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성장의 고착화 요인 중 하나로 기술경쟁력 저하에 따른 제조업의 위축 가능성을 꼽았다. 우리 기술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7.8 수준에 불과하며, 과학기술 경쟁력도 미국에 4.7년 뒤지고 중국에는 1.9년 정도만 앞서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추세인 데다가 중국은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수출시장을 중·일 기업이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는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우 개방형 기술생태계에서 제품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해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백 교수는 "단순히 ICT 분야의 개별기술 개발보다는 예컨대 ICT 산업과 의료 분야 등 기술·산업 간 융합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수요 분석이나 경영전략이 지나치게 중국에 맞춰져 있어 문제라고 밝혔다. 백 교수눈 "핵심고객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기술개발을 하다 보니 중국시장에 편향된 추가기능 개발만 이뤄지고 범용의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