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동 순방에 나선 가운데 중동을 대표하는 걸프협력이사회(GC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여성·헬스케어·교육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G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GCC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일 공개한 'GCC 변화의 바람을 타라' '한·GCC FTA 협상 재개 필요성과 기대효과' 2편의 보고서를 통해 "GCC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탈(脫) 오일 정책을 추진하고, 한동안 중단했던 FTA 추진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페르시아 만안 6개 아랍산유국으로 구성된 GCC는 최근 국제유가 급락과 사회 구조 변화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GCC의 원유매장량은 전 세계의 33.6%, 원유 생산량은 23.5%로 세계 1위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제에 타격을 입었지만 201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개국 모두 4만 달러가 넘는 등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더욱이 출산율이 높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활발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30년에는 6000만 명이 넘는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2020년 두바이 엑스포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 '특수'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GCC 시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등으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여성의류와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여성용 고급소비재 시장이 주목받는 것이다.
아울러 GCC 인구의 비만율이 높아 건강관리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교육 분야 투자가 증가하면서 교육기자재 및 e-러닝 등 스마트 교육 서비스 시장도 유망 분야로 꼽히고 있다.
송송이 무협 연구위원은 "GCC 시장은 고소득층과 외국인 노동자로 소비 계층이 분화돼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제품을 구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GCC의 정책 변화가 감지되는 지금이 한·GCC FTA 협상을 재개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GCC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 정도다. 그러나 승용차(11.5%), 담배(39.1%), 에어컨(30.0%) 등의 품목과 화학기계(15.2%)·밸브(21.0%)·차단기(39.6%)·철근(21.8%) 등 건설·플랜트 수주 관련 품목의 수출 비중은 높은 편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이제까지 수주한 외국 건설·플랜트의 39.8%(누적 기준)가 GCC에서 비롯됐다. 원유 수입의 71.9%, 천연가스 수입의 49.3%를 차지하는 등 중요한 자원공급처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8년 7월 GCC와 FTA 협상을 추진했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다. 3차례 공식협상을 진행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중단됐다.
하지만 GCC는 수년간 미뤄왔던 싱가포르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를 2013년 9월과 지난해 7월 잇달아 발효했다. 더욱이 상품 시장을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고 있어 한·GCC FTA가 체결될 경우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시장에서 한국의 대(對)GCC 수출 관세액은 연간 11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FTA를 통해 관세가 대부분 철폐될 경우 관세 절감액은 한·미 FTA의 연간 9억3000억 달러에 버금갈 것으로 분석된다.
FTA에서 GCC 국가들의 정부조달 시장을 포함한다면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위원은 "GCC 시장은 우리 경제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GCC와 FTA 협상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