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금호산업 매각이 유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단독입찰한 호반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운영위는 이어 55개의 채권단을 모두 소집해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채권단의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재입찰을 통해 매각하거나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수의계약 형태의 매각을 추진하는 방법뿐이다.
이처럼 금호산업 매각이 실패로 돌아간 건 박 회장이 확보한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카드 이외에도, 마당발인 박 회장의 치밀한 대응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 박 회장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업계는 우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확보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2010년 회사가 워크아웃에 빠지자 3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채권단은 이 점을 인정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금호산업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박 회장은 '순리'와 '상도'를 강조하며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박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며 한·중우호협회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 한국프로골프협회장 등을 지내거나 역임하면서 정·재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회사들이 인수에 나서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재계인사들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박삼구', '호남기업' 이미지가 강한 회사"라며 "욕심을 부려 괜히 여러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박 회장이 워낙 발 빠르게 움직여서
하지만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적항공사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당초 금호산업 인수전에 유통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매각가가 1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예상대로 신세계가 LOI를 제출했다. 신세계는 LOI제출 마감시한을 연장하는 특혜까지 누렸다. 하지만 신세계는 다음날 이를 철회했다. 경쟁사인 롯데가 뛰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 사이 박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를 소개하기 위한 만남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1조원 쓴다고 해서
호반건설의 오버슈팅 움직임도 매각 실패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상열 호반건설 사장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제22대 임시의원총회에 참석, "채권단에서 금호산업 인수가격 가이드라인을 '1조원 언더'(9000억원대)로 제시하고 있다"며 "인수가격이 1조원이어도 자금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로 인해 LOI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금호건설에 대한 관심 수위를 낮췄고, 결국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본입찰에 참가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해 입찰가격으로는 6007억원을 써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1조원 이상 베팅에 자신감을 보이며 자금력을 과시하는 사이 FI들은 서서히 포기했다"며 "정말 호반건설이 인수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지도가 부족했던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을 통해 재무가 탄탄하고 1조원 이상의 자금까지 보유한 회사로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입찰에는 실패했지만 금호산업 인수전의 최대 수혜자인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