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2년 반만에 재개되면서 양국이 경제·금융 분야를 시작으로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아소 다로(麻生 太郞) 일본 부총리겸 재무성 장관을 만나 제6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가졌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정례적으로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왔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2012년 11월 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회의를 재개하지 않았다.
2년 반만에 만난 한·일 경제수장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 경제, 역내 지역 경제, 양국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경제·금융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은 ▲글로벌 경제 변화에 대응한 정책 공조 ▲민간 부문 경제협력 지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최 부총리가 방일 직전 언급했던 구조개혁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공동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양국은 철저한 구조개혁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중단 없이 개혁을 해 나가기로 했다. 또 ▲저축의 투자로의 환류 ▲낮은 출생률과 인구고령화 대응 ▲창업활성화 등 양국 공통의 주요 관심사안과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 상호 벤치마킹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거시경제, 재정, 조세, 관세 및 국가채무관리정책 부문의 국장급 회의도 함께 열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외교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경제 분야 협력이 중단 없이 협력을 해 나가자는 취지다.
이번 회의는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내기 보다는 그동안 중단됐던 대화를 재개하는 데 의미를 둔 자리였다.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번 회의가 경제·금융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반만에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것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 부총리로서는 처음 일본을 방문한 만큼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당장 어떤 합의 사항을 마련하기보다는 앞으로 만남을 자주 하면서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자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조만간 통상·안보 분야에서도 잇따라 장관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2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필리핀 보라카이를 방문해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 일본 경제산업상과 만난다. 한일 통상장관 회동은 2013년 4월 APEC 통상장관회의 이후 2년 1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오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회동할 예정이다.
양국이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관계를 계선해 나갈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유흥수 주일대사는 전날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한일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으나 일본은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친구"라며 "올해 가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등 다국간 협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