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 엔화에 이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유럽연합) 수출기업 절반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8일 우리 수출기업 307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담은 '최근 엔화 및 유로화 약세의 수출기업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현재의 환율 수준이 계속될 경우 상당수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 원화 대비 엔화와 유로화 약세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원/엔 환율이 7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1~26일 평균 환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나 하락했다. 원/유로 환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나 하락했다.
환율 영향과 현지 경기회복 지연이 더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대 일본·EU 수출은 올 1~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7%, 18.8%나 감소하며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수출기업들의 설문에서도 원화 강세에 따른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70.3%가 현재의 원엔 수준(100엔당 900원 내외)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철강금속(74.4%), 기계류(72.9%)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 업체의 54.1%는 원화 강세로 인해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물량까지 줄었다는 응답은 30.3%에 달했다.
전체 응답 업체의 57.7%는 현재의 환율 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 목표가 당초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목표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도 18.6%에 달했다.
또한 엔저에 힘입어 일본 경쟁기업들이 '최근 수출단가를 인하했다'는 응답은 43.3%에 달해 앞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화 약세로 인한 고충도 만만찮았다. 응답 업체의 51.8%는 현 환율 수준(1유로 당 1230원 내외)에서 대 EU 수출 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섬유(58.6%), 기계(57.1%), 철강금속(54.1%)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최근 원/유로 환율 수준에서 응답 업체의 54.4%는 이미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으며 수출물량까지 줄었다는 응답도 22.8%에 달했다.
응답 업체의 34.2%는 현재의 환율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기존 목표 대비 5% 이상의 대 EU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업종별로는 섬유(41.3%), 화학공업(36.0%) 등에서 수출 차질을 우려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무역협회 오세환 수석연구원은 "향후 엔저 기조 지속, 미 금리인상 등에 따른 과도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정책 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과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면서 "환리스크 관리 강화, 원가절감 등 우리 수출기업들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