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아줌마'가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하는 시대다. 집안 살림·육아는 기본이요, 직장은 필수다. 한발 더 나간 미시족들이 있다. '걸그룹' 멤버가 된 이들이다.
결혼 4년 차에 딸(3) 하나를 둔 리더 김유정(36)을 비롯해 결혼 10년 차에 딸 둘(7·5세)을 낳은 신지현(35), 결혼 8년 차에 역시 딸 둘(7·6세)을 둔 박수아(30), 결혼 5년차에 딸(4) 하나를 둔 장현아(27)….
최근 충무로에서 인터뷰한 이들을 본 주변 사람들은 "정말 아줌마가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최근 쏟아져 나온 걸그룹 못지 않은 외모와 끼를 자랑한다. 하지만 다른 걸그룹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다. 평균 나이가 만으로 약 31세인 이들은 존재 자체로 차별화됐다. 다들 소싯적에 예능쪽으로 끼를 발휘했던 이들로 숨겨둔 재능은 기회를 맞아 더욱 펄떡거렸다.
사실 지난해 4월 데뷔 당시 단번에 주목 받았다. 하지만 첫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발표한 직후 '세월호 침몰'로 활동을 접어야 했다. '엄마의 마음'이라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은 기존 멤버 왕희와 현예은을 대신해 장현아와 신지현이 투입된 2기 체제다. 1년3개월 만인 23일 신곡 '몇시'를 발표하고 재정비에 나섰다.
꿈을 위해 용기를 내고 팀을 만든 김유정은 당당하고 현명했으며 춤이 특기인 신지현은 팔방미인이었다. 박수아는 통통 튀는 이면에 성숙함이 배어 있었으며 여느 걸그룹 멤버와 나이대가 비슷한 장현아는 발랄했다.
-멤버들 각자 과거 어떤 활동을 했나요. 가지고 있는 끼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어요. 12년 정도요. 모델 경력도 있고 연기도 했고, 걸그룹 연습생도 경험했죠(웃음). 피팅모델도 하고 잡지 모델 등 두루두루했어요."(김유정)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을 하고 패션쪽으로도 일을 했죠. 요가 강사, 재즈 강사 등 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을 많이 했어요."(신지현)
"원래 모델 일을 했어요. (고향인) 부산에서 올라와서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다가 백코러스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남편을 만나서 바로 결혼했죠. 그러다 남편이 육아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깝다면서 연예계 생활을 권유했어요. 이후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다 주부만 나갈 수 있는 대회에 출전해서 1등을 차지했죠. 그러다 유정 언니의 제안으로 팀의 시작을 함께 하게 됐습니다."(박수아)
"저는 연기를 전공했어요.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아이들 연기를 지도하기도 했죠."(장현아)
-이렇게 걸그룹을 결성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팀에 참여하게 됐나요.
"다시 재기를 하려고 하니 예전 같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연예계) 일을 했고 한때 왕성하게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주부로만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다가 역시 노래와 춤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에 다른 주부들을 만나 그룹을 결성했죠."(김유정)
"6년 동안 육아만 하다 작년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소녀시절' 오디션을 본다는 소식을 들었죠. 유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룹의 취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하게 됐어요."(신지현)
"작년부터 이 팀을 알고 있었죠. 그 때도 긍정적인 이미지였는데 들어와보니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그 전에는 잘 모르니 컨셉트를 우선시하는 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제대로 하는 팀이더라고요.(웃음)"(장현아)
-'아줌마 걸그룹'으로서 좋은 점이 있나요.
"삶에 터닝포인트가 있잖아요. 특히 저희 같은 경우는 아이를 낳고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죠. 그래서 상황을 좀 더 넓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주부에 맞게끔요. 무엇보다 성인이 된 것 같아요. 책임감도 더 들고요. 그리고 마냥 환상에 부푼 꿈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갈 수 있기도 하고요."(김유정)
"30대 중반이 되니 지금은 멤버 한명이 먼저 잘 돼서라도 우선 팀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죠.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도 절실히 느끼고 있고. 아줌마가 되니 서로 사소한 부분도 더 잘 챙겨주고요. 서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아니까요."(신지현)
"제가 일찍 철이 든 편이에요. 일찍 독립해서 혼자 살았고, 사춘기도 빨리 겪었죠. 무엇보다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고 싶어 일찍 결혼했어요. 당시에는 안 그랬는데 딸 둘 낳고 키우고 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하죠."(박수아)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특히 친구들이요.
"작년에 걸그룹을 만들고 아는 언니에게 전화가 왔죠. 광고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본인도 미시그룹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에 부딪힌 거죠. 물론 저희들도 힘든 과정을 거쳤어요. 근데 시작이 힘들더라고요."(김유정)
-작년 활동과 이번 활동의 차이점은 뭔가요.
"작년에는 부족했죠. 이제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잘할 수 있을까' 끝에 물음표를 찍었다면 지금은 마침표 정도. 좀 더 열심히 하면 그 끝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지현 씨와 현아 씨는 이번에 들어왔지만 저희와 동등한 입장이에요. 오히려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죠.(김유정)
-'몇시'는 데뷔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 보다 밝은 댄스곡입니다.
"네 멤버가 노래 부르는 비중이 똑같아요. 춤도 각자 포인트가 똑같이 있죠. 그런데 비중이 똑같은 만큼 각자 스타일에 더 묻어나올 것 같아요. 멤버들 색깔이 더 뚜렷해지는 거죠."(김유정)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가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거?(웃음)"(김유정)
-소녀시절이 어떤 의미를 지녔으면 하나요.
"많은 주부들이 저희처럼 사회 생활을 좀 더 활발하게 하셨으면 하죠. 그것이 꼭 가수가 아니더라도, 쇼호스트 등 다양한 일이 될 수 있는데 좀 더 전문적인 일들이요. 그리고 비록 지금은 소수의 분들에게 알려졌지만 '국민 주부그룹'이 되고 싶기도 해요(웃음)."(김유정)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요. 혹시 주변 사람이나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신나게 놀다가 남편 밥 지어주고 다른 아줌마들 멘토가 돼 주고. 어떻게 보면 지금 사회가 일하는 여성상을 원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며느리도 일하는 것이 당연시 됐죠. 여성들도 전업주부를 하면 괜히 나만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정도 일도 지키면서 사회가 밝아지는데 보탬이 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전국 투어하면서 전국의 모든 아줌마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싶기도 하죠.(웃음) 저희로 인해 주부 그룹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김유정)
"제가 평소 조용조용한 스타일이거든요. 아마 가족들도 제가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걸 보면 깜짝 놀랄 텐데…(웃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소녀시절을 좀 더 알리는 것이 목표죠."(신지현)
"결혼을 하신 분들이 저희를 보고 예전에 품었던 꿈을 다시 꺼내보셨으면 해요. 계속 희망을 잃지 않고 가꾸고 지켜나가는 거죠. 그래서 주부들의 '희망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웃음)"(박수아)
"열심히 해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해요. 그리고 저희를 시작으로 더 많은 주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셨으면 하고요."(장현아)
-앞으로 받고 싶지 않은 질문이 있나요.
"'애는 어떻게 하고 왔어요?'라는 질문요(웃음).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방송국에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해요. 일하면서도 육아를 당당히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결혼하고 나서 더 많은 주부들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김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