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올해 상반기 부진을 면치 못했던 현대·기아차가 경쟁사 폭스바겐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가 기준 15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현대차 주가가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 7월17일 12만3000원보다 29.27% 늘어난 것이다.
시가총액도 27조2041억원에서 35조239억원으로 8조원 가까이 껑충 뛰었다.
올 상반기는 현대차에 고난의 시기였다. 엔저 영향으로 국내외 판매 실적이 바닥을 찍으며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가총액 2위였던 현대차는 한때 4위까지 내려앉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 원화 약세 바람이 불며 대표적인 수출주인 현대차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를 그리며 시가총액 2위 자리도 되찾았다.
기아차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월13일 4만20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현재 5만1500원으로 다시 올랐다.
지난해 말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각각 18만원, 5만8000원대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최근 원화 약세, 신차 효과, 세재 혜택 등을 앞세워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폭스바겐 쇼크'다.
폭스바겐은 미국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려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다.
대상 차량은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생산된 아우디 A3, 제타, 골프, 비틀, 파사트 등 약 48만2000대다. 또 해당차량에 대한 판매도 중지됐다.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미국 정부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의 벌금을 부과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에 휘말릴 경우 손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자사 브랜드 디젤 차량 약 1100만대가 눈속임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출가스 테스트를 조작적으로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글로벌 기업 폭스바겐의 리콜 사태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폭스바겐 쇼크가 현대·기아차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론'과 비슷한 스캔들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IBK투자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미국 내 현대차그룹이 인센티브 지출을 확대하며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폭스바겐의 리콜 영향에 따른 점유율 경쟁 완화의 수혜가 가능하다"며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은 이머징마켓 판매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번 리콜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미국 판매비중이 6.2% 불과해, 중국(36.8%)과 유럽(44.2%)으로의 사태 확산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현대·기아차는 가솔린 모델 중심으로 미국(18.1%), 유럽(11.4%), 중국(21.2%)으로의 매출 비중이 골고루 높아 폭스바겐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폭스바겐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채희근 연구원은 "이번 사안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자동차 업계 전체적으로 막대한 패널티 비용과 규제 강화에 따른 원가 증가를 우려해야 한다"며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업체들에 미칠 영향을 당장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전세계 디젤 엔진 차량의 판매 비중을 볼 때 유럽 업체들이 가장 불리하고 미국, 한국 업체가 그 다음 그리고 일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는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3.05%, 2.64% 하락했다.
오히려 전기차 관련주인 뉴인텍(30.0%), 피앤이솔루션(29.8%), 상신이디피(29.9%), LG화학(4.46%), 삼성SDI(4.55%)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