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50세 이상 중·고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3년반 만에 30% 가까이 증가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구 하나)·농협 등 시중은행 4곳에서 지난 2011년 말부터 올 8월말까지 50세 이상 연령층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약 3년반 만에 21조900억원(약 28%) 가량 급증했다. 2011년말 74조9000억원, 2013년말 88조8700억원, 올 8월말 95조9900억원으로 꾸준히 규모를 불린 것이다.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인 20.5%에 비해서도 더욱 가파르다. 비슷한 기간(2011년말~올 7월말) 해당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308조8800억원에서 372조4200억원으로 63조5400억원(20.5%) 증가했다.
50대 이상 연령대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은퇴 시기와 맞물려 소득이 줄면서 생활비 부담으로 빚을 내거나 자영업이나 창업을 위해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 완화도 수요 급증에 한몫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들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집값 하락 등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이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실시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부채 점유율은 50대 33.2%, 60세 이상이 2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8월말 기준 국민·신한·KEB하나(구 하나)·농협 등 4개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226조4400억원)에서 50세 이상이 빌린 대출 규모도 42.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월등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50대는 166%, 60세 이상은 190%로 가장 높았다. 주로 50대 후반인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부채상환 시기가 맞물리면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50~60대는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팔지 않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계층에 비해 떨어진다"며 "결국 부채상환과 노후 생활자금 마련 등을 고려할 때 실물자산을 팔아야해 전체 자산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자영업 의존도 심화, 노후 생활대책 부족 등 가계의 취약한 소득 기반과 더불어 전세가 상승 등 주거난으로 빚어진 복합적인 결과로 각 유형별 원인과 현황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