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한국은행이 다음달 15일 발표하는 10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악재에 따른 신흥국 경기 둔화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성장률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수출은 유가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4.7% 감소하면서 2009년 8월 이후 6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9월에도 수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위축됐던 내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9%, 서비스업 생산은 1.7% 증가에 머물렀다.
특히 중국의 경기 부진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불안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우리나라도 수출과 내수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지표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3분기 경제전망에 대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리가르드 총재도 최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 둔화를 반영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해외 주요기관과 IB(투자은행)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전망치를 지난 3월 제시한 3.0%에서 2.7%로 내렸다. 해외 IB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 초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무디스는 2.3%, 노무라는 2.2%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경제 전문가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수출 부진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있어 7월 전망보다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수 회복세를 감안하면 2% 초반의 성장률까지 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춘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의 재고 출하율과 수출 부진을 고려했을 때 성장률의 하향 이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7월 전망치인 2.8%는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2.8% 성장률이 달성되려면 3분기, 4분기에 1%대 이상의 성장률이 나와야 하는데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다. 한은은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4%(4월 전망치)에서 0.1%p 낮춘 3.3%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내년에도 2%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은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등으로 인해 내년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도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적 요인을 들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의 성장에 머물게 되면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한해가 될 것"이라며 "세계교역 부진으로 우리 수출은 낮은 증가율에 그치고, 소비 등 내수 성장의 활력이 살아나기 어려워 2%대의 낮은 성장세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