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국이 35년간 시행해온 1부부 1자녀 정책을 지난 10월 29일 공식폐기하고 두 자녀까지 허용키로 하면서 중국 사회에 많은 변화의 조짐들이 일고 있다. 우선 어린이들을 위한 유동식과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두 자녀 정책이 침체 기미를 보이는 중국 경제를 자극하는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중국의 육아비용이 새로운 산아제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은 향후 몇 년간은 매년 20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류(38) 부부는 맞벌이로 한 달 4만 위안(약 720만원) 정도를 번다. 그중 40%는 3살짜리 딸을 키우는 비용으로 들어간다. 류 부부는 유치원 비용과 유모, 식비 등 현재 들어가는 비용 이외에도 미술학원, 피아노 레슨, 그리고 장차 미국의 대학에 유학 보낼 비용까지 염두에 둔 저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정부가 지난해 18세 이하 자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부부들은 자녀 양육에 소득의 16% 정도를 들인다.
중국의 2자녀 정책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빡빡한 주머니 사정이 출산율의 급증을 막아서고 있다. 과거 중국의 어린이 출산은 미래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 만큼 육아 비용은 지금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중산층들은 자녀들에게 치열한 경쟁사회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갖춰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만큼 비싼 육아 비용과 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류 부부는 둘째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경제 전문가인 동 타오(Dong Ta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중한 육아비용이 중국의 새로운 산아제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 타오는 자녀 한 명을 더 낳아 18살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49만9200위안(약 90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 해 2만7700위안(약499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1970년대에 도입된 1자녀 정책은 식량 부족 등 중국의 빈한한 자원 때문에 시작된 것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2014년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노동 연령대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한 이후 어린이들을 위한 유동식과 의약품 등 이른바 ‘두 자녀 주식’들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국 당국은 9000만 명 정도의 부부들이 두 자녀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가보건가족계획위원회가 두 자녀 정책을 발표하던 지난달 29일 밝힌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2자녀 정책을 시행하게 될 경우 매년 2000만 명 정도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왕 타오의 말에 따르면 올 9월 기준으로 176만 쌍만이 한 자녀를 더 갖겠다고 신청했다.
물론 2자녀 정책이 실질적인 효력을 나타내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2자녀 정책과 관련된 법안이 내년 봄 정식으로 공표될 때까지 1자녀 정책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 타오는 “인구 정책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중국의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시장의 반응보다는 실질적으로 잠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생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64%가 직업전선에 나서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상하이의 한 잡지사 기자인 왕 단단(30)은 “30대와 40대는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는데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하나 더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단단은 현재 2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왕 단단은 남편과 함께 매달 2만 위안(약360만원)을 벌고 있다. 아직까지는 딸 양육비로 수입의 10% 정도만 쓴다. 그러나 곧 한달 8000위안 정도로 씀씀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교육비 등이 대폭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왕 단단은 “마치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