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평온하기만 했던 13일 밤 파리를 덮친 테러로, 총 129명이 사망하고 352명이 부상을 당했다. 갑작스레 가족과 친구를 잃거나, 아직 생사도 확인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의 애달픈 사연들이 속속 CNN 등 외신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약속 시간에 늦어 '구사일생'
알렉산드라 데미안은 참사가 벌어진 13일 밤, 파리 10지구에 위치한 '르 칼리온'이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르 칼리온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그날 밤, 르 칼리온은 테러 공격 대상이 됐다. 데미안의 엄마는 테러 소식을 접하고는, 사색이 되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데미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딸의 휴대전화로 60번이나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데미안의 엄마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딸을 찾지 못하자, 그녀는 데미안이 사망한 것으로 생각해 시체를 찾아 병원을 헤맸다.
그 시각, 데미안은 충격에 빠져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녀와 만나기로 했던 두 명의 친구가 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다.
"나 좀 늦을게" 라고 데미안은 친구들에게 말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르 칼리온으로 향하던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약속 시간에 늦게 됐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데미안은 나중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두 명 전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만나기로 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둘 다 받지 않았다"고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울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그 때는 몰랐다."
뉴스 등을 통해 테러 사실을 알게 된 데미안은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놀라움과 공포에 떨었다.
"엄마가 내 시체를 찾으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온 가족이 사색이 됐는데, 나는 14일 새벽 3시에나 그 사실을 알았다"고 데미안은 말했다.
데미안의 엄마는 살아있는 자신의 딸을 보자 "살아있구나! 살아있어!살아있어!"라고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데미안은 이번 사고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집어졌다고 토로했다.
한편, 100여명의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파리 11지구에 위치한 바타클랑 극장의 콘서트홀. 이들은 미국 록밴드의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시체 위 기어서 콘서트홀 빠져 나와 '구사일생'
복면을 한 괴한들의 침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콘스트홀에서 살아남은 영국의 학생들이 테러 당시를 회상했다.
한나 코벳(21)과 잭 콘다(21)라는 이름의 영국 학생들은 복면을 한 무장괴한이 무대위에 나타나자 '퍼포먼스의 일부'인줄 알았다고 밝혔다. 코벳은 "콘서트의 일부 퍼포먼스인 줄 알았다. 엽기의 극치라고 생각했다. 폭죽이나 불꽃놀이에서 나는 폭발음 같은 소리가 들렸다"면서 "모두들 콘서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드 싱어가 얼굴에 총을 맞았다. 그 때 뭔가 잘못됐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무대 왼편에 있었는데 비상구와 꽤 가까웠다. 겨우 비상구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이미 비상구 근처에는 시체 더미가 있었다. 정신 없이 빠져 나올 때는 우리가 시체 위를 기어가는 줄도 몰랐다"고 코벳은 회상했다.
◇런던 정경대 나온 26세 유망 변호사 사망
바타클랑 극장 희생자 중에는 명문 런던정경대학(LSE)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파리에 있는 국제 로펌에서 근무하던 발렌틴 리벗(26)이라는 이름의 변호사도 있었다. 리벗의 상사는 그를 "재능 있는 변호사"라고 기억했다.
희생자 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됐다. 노헤미 곤잘레스(23)는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변을 당했다. 그녀도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바타클랑 극장을 찾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학은 자대 학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각각 성명을 발표하는 등 유가족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