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1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리 수출 전선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있어 앞날도 막막한 실정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통관실적 기준 수출은 221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7.3% 감소했다. 이미 지난 1월 수출은 36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5%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이자,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 낙폭이다.
1월에 이어 2월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낸 가장 근본적 이유는 중국 경기 둔화.
지난달 우리 수출은 저유가 사태 장기화에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폭삭 주저 앉았다.
수출액은 36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5% 감소했고, 물량 기준으로도 전년보다 5.3% 감소한 1547만t에 그쳤다.
통상 1월에 전년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기업들의 물량 밀어내기가 많아 수출실적인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지나치게 크다.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폭의 감소세며, 동월 기준으로는 같은 해 1월(-34.5%)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국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국의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2%(달러화 기준) 급감했다. 전월 대비로는 20.6% 줄었다.
세계 경제분석기관들의 예측치(-1.8%)보다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우리에게 중국의 수출 부진은 뼈아프다.
우리 수출시장의 26%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우리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본재(중간재)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한·중간 무역은 주로 우리가 만든 중간재를 중국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이원화된 구조다.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수출도 동반 부진로 이어진다. 정부가 대중 수출구조를 중간재 위주에서 소비재 위주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소비재 수출품 발굴 노력에도 불구, 지난해는 오히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늘었다. 소비재 유망품목 발굴에 더욱 속도를 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중국이 지난해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으로 표방한 '신창타이(新常態)'로 자국 내수 시장 육성에 나섰지만 우리 기업들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품목 중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1%으로 전년 62.6%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그마나 받쳐주던 대중 자본재 수출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자본재(중간재) 중국 수출은 921억 달러로, 전년 910억 달러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1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산 부품소재 수입액은 1304억3331만 달러로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우리 부품소재의 중국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2006년(-27.4%), 2009년(-7%)와 지난해 3차례뿐이다.
올해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중 자본재 수출 성장마저 둔화되면 올해 수출시장 전망을 낙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제무역연구원 박솔 수석연구원은 "중국 수출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 수출기업들의 전망은 이미 올해 상반기는 어렵지 않겠다는 게 중론이고, 연말까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도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의 신창타이 전략으로 수출이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본재 위주의 수출 구조를 소비재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을지가 대중 수출 감소세의 탈출 요건으로 지목된다.
박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을 위해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려 애쓰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대중 수출은 자본재 위주의 수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재 품목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