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KB금융지주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1조 배팅을 앞세워 증권사 인수에 성공했다. 3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다. 현대증권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은 31일 KB금융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B금융 내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9016억원 규모의 증권사로써 3위 증권사의 자리를 차지했다.
KB금융의 총자산은 380조원으로 불어나, 지난해 기준 370조원 규모의 총자산을 기록한 신한금융지주를 누르고 업계 총자산 1위로 도약한다. KB금융은 은행·보험·증권의 삼두마차가 이끄는 한국판 BoA메릴린치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KB금융은 이날 "BoA는 2008년 메릴린치를 인수해 그룹 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의 수익비중을 각각 11%포인트, 22%포인트 끌어올렸다"며 "KB금융도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이 모델을 참조해 한국형 유니버셜 뱅킹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은행으로 쏠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KB금융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비은행의 비중은 33%였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5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42.1%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신한금융은 생명·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8년 연속으로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증권·보험 등 복합점포 활성화가 시대적 대세이고, 소규모 증권사인 KB투자증권으로는 복합금융으로 가는 데 한계가 있어, KB금융의 중대형 증권사 인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CM과 부동산PF에 특화된 현대증권과 채권자본시장(DCM)과 구조화금융에 특화된 KB투자증권이 합병하면 IB 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95개의 점포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도 갖췄다”며“KB투자증권 같은 소형 증권사를 키우기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이번 인수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KB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판단, 입찰가격을 최종 승인하는 이사회에서 윤 회장에게 거의 전권을 부여하는 등 과감한 공세를 벌였다. 과거 KB금융은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지난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들었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 당시 미래에셋그룹 측은 2조4000억원 이상을 써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통 큰 승부수가 부각된 반면, KB금융은 2조1000억원대를 제시했다. 이를 둘러싸고 회계사 출신이자 3년 임기 최고경영자(CEO)인 윤 회장의 한계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에는 애초 예상 낙찰가 중 최고선이었던 8000억원대도 훌쩍 웃도는 1조원 이상을 써내며 증권업계의 마지막 대물을 차지했다.
윤 회장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외이사들께 충분히 설명했고 이해해 주셨다”며 “가격의 전권을 위임해주실 정도로 재량권을 주셨고 전폭적 지지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작업부터 마무리한 후 KB투자증권과의 합병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