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문재인 정부에게 ‘미북대화에 끼어들지 말라’는 노골적 면박을 줬던 북한이 이번에는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했다. “주제 넘은 헛소리” “가소로운 일”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어 정부의 ‘한반도 평화’ 주장을 무색케 했다.
북한 대남선전 매체 메아리는 28일 홈페이지에 ‘주제넘은 헛소리에 도를 넘은 생색내기’ 제하 게시물을 올렸다.
글에서 매체는 “얼마 전 북유럽 나라들을 행각(순행)한 남조선 당국자가 회담, 연설, 기자회견 등을 벌려놓고 저들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이 북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지시키고 북남(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켰다는 등 체면도 없이 사실을 전도(왜곡)하며 자화자찬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북유럽 나라들을 순행하면서 회담, 연설, 기자회견 등을 한 남조선 당국자’는 사실상 문 대통령밖에 없다.
매체는 “미국 상전 눈치만 살피며 북남선언들 이행을 외면하며 북남관계를 교착국면에 빠뜨린 남조선 당국이 무슨 체면으로 아전인수격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생색내기에 열을 올리는지 실로 가소로운 일”이라며 “지금은 생색내기나 온당치 못한 ‘헛소리’가 아니라 북남관계 교착국면 타개를 위한 실천적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사실상 김정은 직속기관이자 ‘당(黨) 속의 당’인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검열’ 수준을 넘어 아예 당에서 ‘지침’을 하달한다. 매체는 게시물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국내외 언론은 ‘남조선 당국자’를 문 대통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행 당시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어렵사리 만난 남과 북은 진심을 다해 대화했다” “평화, 번영, 공존의 새로운 길을 열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남조선 당국자’가 문 대통령일 경우 “평화, 번영, 공존의 새 길”은 북한에게 있어서 ‘헛소리’가 되는 셈이다.
앞서 27일 북한 외무성은 담화에서 “저들(문재인 정부)도 (미북 대화에) 한판 끼여 뭔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 사이에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며 “그런 것 하나도 없다”고 면박을 줬다.
외무성은 또 “협상을 해도 조미(朝美. 미북)가 직접 마주 앉아 하는만큼 남조선 당국(문재인 정부)를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인 26일 문 대통령은 세계 7대 뉴스통신사 인터뷰에서 “북미(미북)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직후 북한이 연이어 이를 부인하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음에 따라 잇따른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손을 맞잡고 ‘평화’ ‘화합’을 주장했던 문 대통령 입장이 주목된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분위기이지만 문 대통령, 청와대, 여당은 아직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신 2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재일교포 간담회를 갖고 “내년 도쿄(東京)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한 대변인에 한숨만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