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월6일 열린 255회 임시회를 끝으로 전반기 활동을 마감했다. 하지만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을 무기명 통과시킨 국회는 이날 ‘볼일은 마쳤지만 왠지 뒤는 게운치 않은’씁쓸함을 면치 못했다. 임시회 막바지인 오후 3시 30분께 민주당 손봉숙(61 문화관광위)의원이 ‘국회개혁특별위원회’활동 1년을 마감하는 의미심장한 반대토론에 나섰기 때문이다.
“거대정당 몇몇 지도부에 의해 좌우되는 불합리한 국회에서 교섭단체 제도가 오히려 국회 파행의 주범”임을 강조, 부끄러운 국회개혁특위 위상을 아프게 지적한 손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모두 20여개항의 주요 조문이 개정되거나 신설됐다. 소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의무화, 국회의 인사청문대상 확대, 법률안비용추계의 의무화, 전원위원회의 심사기한 폐지, 의원의 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행위 금지 등이 그것이다.”
‘국회의원 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행위 못한다’
1년간의 국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너무나 비장하게 발표했나 보다. 의원석에서 흔하게 들리던 ‘자~알 했어’소리도 안나온걸 보면.
…(쓴웃음). 그런 것 같다. 1년간 국회개혁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20명의 위원 중 저를 포함한 6명만이 교체되지 않았다. 그만큼 국회개혁특위가 정가에서는 중요롭지 않았다는 말일거다. 어쨌든 의원의 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행위 금지나 소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의무화 등은 14대국회때부터 추진해 온 바라 나름대로 특위의 활동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왜 국회개혁특위가 소기의 목적을 다하지 못했다고 보는가.
우선 지난 1년간 국회개혁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오늘 본회의에 상정한 국회개혁의 내용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어 놓기에는 너무나 민망하고 부족하기 그지없는 수준임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제 토론이 끝난뒤 의원석이 그렇게까지 썰렁했던 이유는 제가 끝까지 특위 주요과제로 논의하고자 했던 교섭단체폐지 내지 구성요건 완화안을 결국 특위가 통과시키지 못한 사실을 아프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에 채워진 봉쇄장치 풀길 없어져”
손 의원께서 끝까지 특위 개혁과제로 제기한 교섭단체폐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국회의 효율적 운영제고를 위한 교섭단체제도는 오히려 국회 파행의 주범이다. 의원이 낸 어떤 법안도 교섭단체 간사 혹은 대표간 합의가 없으면 상임위에 올라갈 수 없다.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타 정당 소속의 의원들은 수시로 두 단체간 협의를 거치지 못한 상임위 회의에 참석해 한두시간씩 협의가 이뤄질때까지 기다리기 일쑤다. 정치적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받아야 할 17대 국회에서 마저 상임위원회 소속위원들은 교섭단체지도부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기 일쑤고, 때론 상임위 점거마저 서슴치 않았다.
손 의원께선 구체적으로 양 교섭단체간 합의로 인해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으로써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있나.개인적 불이익을 떠나 지난해말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할 때 개인적으로 반대토론을 신청했다가 우여곡절을 거친끝에 토론을 마친 기억이 있다. 당시 저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토론을 요청했지만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가 된 사항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가 토론조차 거치지 않고 우리 자식들을 사지로 보낸다는게 말이되냐, 양교섭단체가 합의하면 비교섭단체 의원은 토론조차 못하냐며 강력 항의해 기록이라도 남긴다는 의미를 살려 토론을 마친바 있다.
교섭단체가 국회파행 주범
솔직히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제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원내정당과 별도의 구성요건을 필요로 하는 교섭단체를 존치시킬 필요가 없다는게 지난 4월 국회개혁특위가 개최한 공청회를 통해 제시되지 않았나.
국회개혁특위 위원으로 1년간 활동하며 국회 벽은 너무나 높은 깜깜절벽임을 실감했다. 교섭단체 대표, 간사 합의가 없으면 어떠한 법도 상임위에 올라가지 못하는게 말이 되나. 국회의원 개개인은 모두 국민이 선택했고 동등한 권한을 가져야 마땅하나 불합리한 국회법이 낳은 교섭단체 틀에 갇혀 불평등을 초래한다는게 어이없을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을 보라. 어느 나라가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우리처럼 20명(7.5%)씩 하고 있나. 많아야 5%(독일)다. 적어도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3%대로 나누자 제안했건만 그것 조차 국회는 외면하고 말았다.
초선의원이 60%대를 점유한 17대국회 답게 가장 신선할 것이라 기대했던 국민의 입장에선 정말 씁쓸한 상반기 국회 결산인 셈인데.
그렇다. 17대국회 의원 개개인은 너무나 많이 변화했다. 적극적인 법안 발의와 생산적 토론회 등이 그 실례다. 하지만 두 정당은, 두 교섭단체는 기득권에 대해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이번 국회개혁특위 활동과정에서 여실히 실감했다. 제2의 국회개혁특위가 꾸려진들 이같은 특권이 버려지지 않는한 국회개혁은 ‘또다시 지도부 결정사항’이란 말만 되풀이 할 뿐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마이너 보이스’. 손 의원은 상반기 국회 결산 막바지에서 자신이 낸 목소리를 그렇게 정의했다. 국민 누구도 그를 ‘마이너’라 허락하지 않았건만, 부끄럽게도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은 언제부터 거대집단화된 채 ‘메이저’와 ‘마이너’로 갈라져 버린걸까. 독자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언론이 부끄럽게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르듯 그렇게…. 반년 간의 회기를 마치고 긴 여름 민심쫓기에 나선 의원들. 국회에선 외면한 ‘마이너 보이스’를 그들이 얼마나 많이 듣고, 또 챙겨올지 기대될 뿐이다.
경북영주여고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하와이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 (정치학 박사)
전 정치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전 동티모르제헌의회의원선거 유엔국제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전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
전 민주당 중앙당 부의장
현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현 제17대 국회의원
현 국회 문화관광위, 여성위, 국회개혁특별위, 장애인특별위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