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의 자극적인 자살보도로 인해 발생하는 모방자살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자살보도기준’을 언론사들이 절반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2년간 언론 자살보도 모니터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2년 8월까지의 자살 관련 보도에서 방송사의 52.3%가, 신문사의 47.5%가 자살보도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4대 방송사의 자살 관련 전체 보도 1,303건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BAD(권고기준 미준수) 평가를 받은 건수는 681건으로, 절반이 넘는 52.3%가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방송사별로는 SBS가 전체 보도건수 142건 중 79건(55.6%)으로 가장 높았다. MBC는 전체 201건 중 109건(54.2%), YTN 830건 중 430건(51.8%), KBS 130건 중 63건(48.5%) 순으로 자살보도시 권고기준에 부적합한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려스러운 점은 방송사들의 권고기준 미준수율이 작년에 비해서 올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YTN은 작년에 비해 19%, MBC는 15.2%, KBS는 14.3% 씩 올랐으며, 방송 4사 전체적으로는 2011년 49.0%였던 미준수율이 2012년 8월까지는 무려 16%나 올라 65.6%에 달했다
머리기사 분석현황을 보면 전체 머리기사 782건 중 보도 제목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례가 395건(50%)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자에 대한 언급(21.2%), 자살 방법과 자살동기, 자살 장소 언급 순으로 제목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그나마 방송보다는 자살보도기준에 어긋나는 자극적인 보도가 적은 편이었지만, 2년간 권고기준 미준수비율이 47.5%로 거의 반절에 육박하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가장 권고기준을 무시한 자살보도건수가 많은 언론사는 전체 318건 중 163건에 대해 BAD 판정(51.3%)을 받은 동아일보였으며, 경향신문이 320건 중 157건(49.1%), 한국일보가 369건 중 181건(49.1%) 순으로 권고기준에 부적합한 자살보도를 내보냈다.
신문사 전체의 자살보도기준 미준수율은 2011년 47.7%에서 2012년도에는 8월까지 46.9%로 0.8%가량 미미하게 감소했지만, 문화일보와 세계일보의 경우는 오히려 미준수율이 전년대비 각각 18%, 4%가량 증가했다.
신문사들의 머리기사 분석현황을 보면 자살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총 1706건 중 877건(48.8%)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자에 대한 언급이 428건(25.0%), 자살동기언급(10.6%), 자살 방법, 장소 언급 순이었다.
이학영 의원은 “언론의 자살보도방식은 일반국민들의 모방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뒤 “따라서 자살보도기준에서는 자살이라는 표현부터 자살동기, 자살장소, 자살방법 등에 대한 보도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언론들은 헤드라인에서부터 보도내용에서까지 자세하고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디어의 자살보도를 자제하고 주의하여 보도하면 자살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이미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의 선진국은 자살보도 시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여 모방자살을 최소화하는데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며 “높은 자살율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만큼, 언론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자살보도에 임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들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