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KT 이사회가 CEO추천위원의 사내이사로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을 선임함에 따라 표현명 사장이 차기 CEO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KT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는 CEO추천위원이 될 경우 회장 후보가 될 수 없다. 현재 KT의 사내이사는 이석채 전 회장이 사퇴해 김일영 사장과 표현명 사장 둘 뿐이다. 검찰 수사로 신분이 불안한 김일영 사장을 굳이 CEO추천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표 사장이 후보로 나서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KT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CEO추천위원회(CEO추천위)는 사외이사 7인 전원과 사내이사 1인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현락 이사가 맡게 됐으며, 사내이사 1인에는 김일영 사장이 참여한다.
◆외부 출신, KT 오기엔 부담
지금까지 KT 차기 후보로 선정된 20여명의 사람들은 크게 삼성출신, 관료나 정치권 출신, KT 내부 출신 등 세 분류로 나뉜다.
현재 거론되는 삼성전자 출신 인물은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사장,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이기태 전 사장,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윤종용 전 부회장 등이다.
삼성전자의 CEO가 KT로 오게 된다면 KT와 삼성과의 관계가 호전돼 삼성 단말기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도입한다거나, 삼성의 판매 장려금 등을 더 받는 등 사업상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 출신 CEO가 온다면 노조와의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 삼성의 제조마인드가 통신 시장과 차이가 있어 과연 삼성과의 시너지가 얼마나 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면서 삼성 출신 CEO의 타당성이 약화되고 있다.
관료 출신 후보는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급 인사들은 장관 출신 인사들보다는 차관급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어 무게감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에서도 김형오급 인물이 아닌 이상 KT 수장에 이름을 올리기가 부담스럽게 됐다. 실제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유력한 차기 후보로 내 외부적으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직접 언론에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세간의 하마평에서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들 모두 정권 교체와 함께 운명을 다하는 KT 수장 자리로 오기에는 리스크도 크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오히려 정치권과 관련 없는 제 3의 인물이 된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높다"고 전했다.
◆KT 내부 출신 중 표현명이 유력
KT 내부 출신은 표현명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표현명 사장은 KT에서 30년간 일하면서 KT 내부 사정에 능통하고, 외부로부터 들어온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서도 피할 수 있어 차기 CEO로 적합하다.
표 사장은 이석채 회장과 같은 경복고 출신이라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제로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경복고를 들어갔던 시절과 표 사장이 들어간 시기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 시절 경복고는 시험을 치르고 들어갔지만 표 사장은 고교평준화 이후 들어가서 같은 동문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또 표 사장이 무선 사업 실적에서 기대 이하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도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석채 회장과 김일영 사장 등이 페어프라이스(Fair Price, 공정가격표시) 정책 등을 도입해 KT 유통망을 붕괴시켰기 때문이지 표 사장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KT 내부에서 무리하게 표현명 사장을 밀다가는 정치권이나 청와대로부터 미운털을 박힐 수 있어 KT로써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KT 내부 인물을 선정하는 게 현재 KT에게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