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13개월 연속 동결 기조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118명 모두가 금통위가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부담과 급격한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내수 위축, 통화정책 아닌 재정정책으로 타개해야
전문가들은 민간소비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이를 '금리 카드'보다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타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책으로 소비불안심리를 해결한 후 금리에 손을 대도 늦지 않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투자활성화 정책 등 중장기 계획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 위축이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경기 하방요인으로 꼽혔지만 금리정책보다는 재정지출로 대응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IB들 "금리 인상은 내년에나"
4월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하반기 중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었지만 6월 들어서는 연내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BNP파리바와 보아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은 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고 물가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BOA 메릴린치는 "당초 금리인상 시기를 4분기로 예상했지만 내수회복이 더딘 데다 물가 안정 등을 감안해 금리조정 시기를 내년 중으로 수정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의 원화 강세와 낮은 물가상승 압력 등이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IB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HSBC는 "과거 원화강세 시기 및 물가수준이 물가안정목표범위 하단을 기록한 경우에도 한은이 여러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며 "3분기 말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경기 변화 파악해야"…금리 인하론 다시 대두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인해 한동안 쏙 들어갔던 금리 인하론도 일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 회복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내리고 단기 예치금리도 0%에서 -0.10%로 낮추는 등 파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쓰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도 금리 인하의 근거로 지목되고 있다.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경제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한은이 낙관적인 인식을 그대로 유지하면 자칫 더블딥(경기침체 후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인식을 보면 최근 정부와 한은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 소비 부진을 이유로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3.6%에서 2.9%로 0.9%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금리를 한 두 번 낮춘 뒤 내년 초 인상하는 방식으로 금리 정책이 운용돼야 한다"며 "한은이 변화된 경제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