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IBK기업은행이 제대로 된 검토조차 없이 허위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바람에 12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산업은행·한국정책금융공사·한국은행·IBK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수출입 및 해외투자 금융지원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3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2년 5~12월 A사의 오픈어카운트(O/A)방식 수출채권 420건(총 2400여만달러)의 매입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업체에 수출계약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수출계약서는 사고 발생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도 수입업자와 수출계약서 없이 거래를 해왔다는 A사의 말만 믿은 것이다. 상업송장이나 선하증권(B/L) 등의 선적서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A사가 제출한 B/L은 발행번호나 서명, 선적일자, 신용장 번호 등이 중복기재되거나 누락된 하자 투성이였다. 계약 자체가 없었거나 수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허위 수출채권이었던 것이다.
실제 A사는 이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기업은행에 수출채권 매입대금 가운데 1200여만달러를 자기자금으로 결제했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은 A사에 대한 수출채권 매입한도를 350만달러 증액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사는 부도처리됐고 기업은행은 2012년 12월 만기가 도래한 수출채권(137건) 매입대금 890여만달러를 받지 못했다. 주의의무 위반 등의 사유로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보증 이행도 거절당해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됐다.
기업은행은 다른 업체로부터도 2011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249건의 허위 수출채권을 매입해 310여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A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서류상의 하자가 발견됐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아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이행을 거부당한 것이다.
감사원은 기업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입한 관계자들에 대한 정직 등의 문책을 요구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2011년 12월 해외건설공사의 원도급 업체가 예치한 선수금에 대해 하도급 업체가 지급을 요청하자 공정률에 따라 지급해야 할 선수금을 한꺼번에 내주는 바람에 450여만달러를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공정진행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휴가 중인 지점장의 결재도 받지 않았다. 선수금을 전액 지급받은 하도급 업체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수출입은행은 원도급 업체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줘야 했다.
수출입은행이 도입한 '수출팩토링 상품'은 수출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대기업 위주로 운용됐다. 이 상품은 수출거래시 발생한 외상매출채권을 수출입은행이 매입해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수출팩토링 상품의 취급실적은 처음 도입된 2010년 4776억원에서 2011년 7868억원, 2012년 5조2093억원, 2013년(8월 기준) 2조7315억원 등으로 매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취급실적은 같은 기간 1072억원에서 546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수입업자가 동일하더라도 대기업의 수출채권 매입에만 열을 올리고 중소기업의 것은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선수금 지급 업무를 태만히 한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팩토링 취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 무역보험공사는 국내기업의 수출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입업자인 국외기업의 신용평가 기준을 불합리하게 설계한 탓에 신용등급이 적정 수준보다 낮게 평가됐고,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보험료 부담은 커졌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