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막장드라마'라고 시청률이 다 잘 나오는 게 아니에요. 센 내용의 드라마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실까요?"(장서희)
14일까지 85회를 내보낸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는 '막장드라마'라는 테두리에서 출발했다. 한 여자가 오빠의 죽음에 빌미를 제공한 여자,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두 사람에게 필요한 대리모가 되는 것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줄기가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막장드라마'보다는 이왕이면 '센 드라마'라고 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었죠. 막장도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거 같아요. 출생의 비밀이나, 가족관계가 꼬여있는 드라마가 많아졌어요. 이제는 '막장'이라는 틀에 가둬 비판하기보다는 즐겨주셨으면 해요."(장서희)
탤런트 장서희(41,사진)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강한 내면을 지닌 '백연희'다. 눈앞에 나타난 대리모 '이화영'(이채영)과 대립하는 캐릭터다. 드라마는 '백연희'와 '이화영'의 대립이 절정에 달한 13일, 시청률 22.2%(닐슨코리아)를 기록,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한 거라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시청률 부분은 마음을 비웠었어요. '아내의 유혹' 때도 마음을 비우니까 시청률은 따라오더라고요. 시청률에 연연하면 저만 괴롭고 연기하는 데 방해되고 그랬어요. 그런데 오르기 시작하니까 시청률 욕심이 나네요."(장서희)
몸싸움, 오열, 분노 등 감정과 체력을 소모하는 장면이 많았음에도 출연자들은 높은 시청률에 웃는다. 장서희는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병국'이 극 중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아온 날을 꼽았다.
"드디어 연희의 복수가 시작되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온갖 힘을 다해 화환들을 부쉈죠.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손에 피가 나더라고요. 그런 장면을 찍으면 반응이 와요. 그래서 작가님들이 계속 쓰시나 봐요."
짐작대로, 작가는 장서희에게 또 다른 버라이어티한 장면들을 예고했다. 장서희는 웃으면서 앓는 소리를 했다.
"작가님에게 '제가 미우신 건가요'라는 말과 함께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그저께 비 맞는 신을 찍었는데 엔딩에서 바다신이 나오더라고요. 어차피 이런 드라마는 몸싸움은 기본이고 힘든 신이 많아요. 그런데 설마 엔딩까지 그럴 줄은 몰랐죠. 아직 촬영 안 했는데 어떻게 찍어야 하나 걱정돼요.(웃음)"(장서희)
마찬가지의 고민을 탤런트 이채영(28)도 하고 있다. "엔딩까지 가는 길이 험해요. 그동안 산도 가고, 차 사고도 났죠. 다치고 몸 쓰는 건 내려놨어요. 다만, 그런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이채영)
장서희가 이미 '복수의 아이콘' '막장 1세대' 등의 타이틀을 꿰차고 있었던 점 등을 따지면, '뻐꾸기 둥지'의 최대 수혜자는 이채영이다. 그는 "진짜 무서워서 울게 해 달라"는 아역배우의 주문이 얼마 가지 않아 "그만해 달라"는 사정으로 바뀔 정도로 표독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초반에 성실한 이미지로 연기해서 후반부에 욕을 조금 덜 하실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아니었어요.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죠. 그런 게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장서희 선배님이 위로하고 힘을 주셨어요."(이채영)
극은 후반부에 다다르면서 '막장' 요소보다는 모성애에 포커스를 맞췄다. 시청자들이 이해 가능한 대립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막장 여부를 떠나서 연기는 다 같아요. 예전에 '인어아가씨'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한 작품이거든요. 모든 걸 쏟아 부었을 때 희열을 느끼는 거죠. 단편적으로는 '악녀'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슬픔과 기쁨이 있죠. 이번 드라마에는 모성애도 담겼어요. 종합세트인 셈이죠."(장서희)
'뻐꾸기 둥지'는 2회 연장, 11월 초 막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