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그리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디플레 우려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등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등을 중심으로 최근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위해 14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가하락은 디플레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전혀 반갑지 않다. 이미 소비자물가가 중기 목표치(2.5~3.5%) 하단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 하락은 생산자 물가, 나아가 소비자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9월 국내 생산자물가지수는 105.24로 전년동기보다 0.4%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는 지난 8월 이후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국제 유가는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이 장기침체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다 일본도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 에너지 수요는 그만큼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국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러시아 길들이기 차원에서 에너지 공급을 꾸준히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 러시아의 호전적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디플레이션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물가가 생각보다 더 낮은 것은 농산물 가격, 석유류 가격이 저희들이 봤던 것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라며 "공급사이드에서 충격이 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에 관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때(2016년)까지는 많은 노력을 해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