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은행권이 정부의 주문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연체율 증가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17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8조9000억원 늘어났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규모는 ▲2011년 13조8000억원 ▲2012년 6조5000억원 등에 그쳤지만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24조9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들어서는 증가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확대 등을 은행권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0월부터 상황판까지 만들어가며 은행의 기술금융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14%로 전년 말에 비해 0.26% 포인트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동안 대기업 연체율은 0.07%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04% 포인트 떨어졌다. 결국 중소기업 대출이 빠른 속도로 부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 유도 정책이 은행 부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 담당 부행장은 "조금씩 연체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기술금융확대 요구가 은행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은행이 지적재산권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인프라도 없는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면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않아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정부의) 압박 때문에 예전에는 아예 승인조차 할 수 없었던 대출까지 허용하는 상황"이라며 "대출은 기업 분석이나 산업평가가 이뤄진 다음에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간과하고 양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춰 (대출 확대를)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직은 중소기업 연체율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처럼 중기대출을 늘리면 은행권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우수한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대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