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담뱃값 인상이 2000원으로만 끝날까.
최근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으로 2000원을 내놨지만, 제조 원가 상승분과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담배 제조사들이 추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자 감세로 구멍 난 세금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담배 가격 인상 시나리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장 왜곡 논리이며 서민들의 부담만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7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련 정부기관이나 언론이 줄곧 사용해온 '담뱃값'은 실질적으로는 '담뱃세'"라면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아닌 '담뱃세'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2000원이 오르더라도 이는 '세금'만 오를 뿐 제조사의 제조원가 인상분은 반영 안 된 수치"라면서 "'담뱃값 인상'이란 표현보다는 '담뱃세 인상'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고 강조 했다.
현재 국내 담뱃값 평균 가격을 2500원으로 봤을 때 유통·제조원가 95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 등이다.
정부는 지난 9월11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경제 관계 장관회의 직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로 '종합적 금연대책'을 통해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 후 담뱃값 인상안은 최근 국정감사를 비롯해 논란을 낳으며 국회통과 절차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번 정부가 제시한 담뱃값 인상안은 제조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오르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안에는 232원이 제조원가·유통마진 인상분으로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 182원은 통상적으로 소비자가격의 10%로 책정되는 담배 소매점 이윤에 해당되는 것이 관례다.
실제 담배 제조사의 보전금액은 채 50원(4.6%)도 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개별소비세 신설로 되레 제조사별로 추가 감소할 여지가 크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0원을 제조·판매사의 수익으로 반영한다 하더라도 담뱃값 인상을 통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담배 제조사의 이익은 현재와 대비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인용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담배 판매량은 약 34%가 줄어들게 된다. 갑당 50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해도 담배 제조·판매사의 총 수익은 약 9407억원이 감소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대로 담배 판매량이 약 20%만 감소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담배 제조사의 총 수익은 여전히 약 4623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담배 소비자가격이 동결된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은 약 30% 정도다. 각종 비용이 최소한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고 봤을 때 가격인상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감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조사들은 30% 정도의 인상 요인을 가지고 있다.
담뱃세는 정부가 결정하지만 궁극적으로 담뱃값은 담배제조사가 결정한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안대로라면 담배 제조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제조 원가 상승과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적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담배제조사들의 움직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안이 통과될 경우 최종 담배 소비자가격은 현재 예상하고 있는 4500원 보다 높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정부는 지금까지 부자감세 등으로 구멍 난 세금을 메우기 위해 세수 확보에만 치중한 담뱃세 인상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제조사들이 담뱃세에 더해 원가, 매출 감소분을 고려해 담배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실제 가격은 정부의 주장보다 더 높아질 것이며 결국 부담은 서민들이 대부분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