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추진되는 영세 카드 가맹점 전자칩(IC) 단말기 교체 작업이 '세금 폭탄'으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추진해온 IC단말기 전환사업이 '증여세' 문제로 벽에 부딪쳤다.
금융위 등은 당초 카드 가맹점 단말기를 기존의 마그네틱(MS)단말기에서 보안성이 강화된 IC단말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에 1000억원의 기금을 갹출해 65만개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IC단말기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사업은 개별 카드사 차원에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신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여신협회가 법률을 검토한 결과 카드업계로부터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1000억원을 받으면 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법인인 여신협회는 30억원 이상을 증여받을 경우 50%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로부터 1000억원을 받으면 500억원 수준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10일에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당초 협회는 1000억원을 조성해 65만개 영세가맹점에 15만원 안팎의 단말기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증여세로 500억원을 납부할 경우 그만큼 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중순께 협회에서 유권해석 의뢰를 받아 국세청으로 보냈다"며 "1000억원이라는 돈의 성격이 일반회비인지, 특별회비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부분인데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하다보니 유권해석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자금을 일반회비로 인정할 경우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줄어들지만, 특별회비(기부금)로 결정될 경우 기부금 전액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면 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협회의 경우 공익법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가맹점 단말기 교체 뿐 아니라 전산망 구축 작업과 대형 가맹점의 저항 문제도 IC단말기 전환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말기를 제조하고 보안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결제정보를 암호화하는 기능을 갖춘 단말기인데 카드사, 밴사, 밴대리점까지 보안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계획을 좀 과하게 잡았던 측면이 있다"며 "대형 가맹점의 경우 자체 비용을 들여 IC단말기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IC단말기 전환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여신금융협회에서 영세가맹점을 위한 단말기 전환 기금을 모으기로 한 상황이며, 일부 소극적인 가맹점에는 빠른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