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페르노리카코리아가 1년여만에 또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법인세 탈루 과징금 납부 등 손실 부분을 가격 인상으로 메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는 페르노리카가 바닥난 이익잉여금을 채우고 경기 불황으로 줄어드는 판매량만큼 가격을 올려 실적을 보전해 구멍난 매출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오는 18일부터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등 제품 가격을 최대 13% 인상한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글렌리벳 등 위스키 제품은 5~7% 오르고 샴페인 멈, 페리에 주에 등이 4.8~13%, 럼 하바나 클럽은 10% 각각 인상된다. 다만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은 제외됐다.
이번 인상과 관련, 업계는 페르노리카가 위스키 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의도라고 일축했다. 최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세금 탈루 혐의로 100억~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결국, 가격인상은 이를 메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페르노리카코리아가 가격 인상을 할 명분이 딱히 없어 보인다"면서 "18일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공지하면 그 전에 미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곳이 몰리면서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과징금에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페르노리카는 최근 위스키시장 침체 속에서 3년 내리 매출액이 역신장했다.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은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2개로 나뉜다.
이 두개 법인의 매출은 지난 2010 회계연도 이후 3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2013 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의 경우 합계 매출이 2922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정도 줄었고 41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발렌타인'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년간 판매량이 23%나 줄었다. 대표 브랜드인 '임페리얼'의 경우도 같은 기간 동안 매출액이 2034억원에서 1675억 원으로 21% 줄었다.
반면 가격은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1월에도 발렌타인 12년산은 7.9% 올랐고 시바스리갈 12년산과 로얄살루트 21년산은 각각 5.7%, 5.0% 인상됐다. 발렌타인은 2010년과 비교하면 현재 값이 16%나 뛰었고 임페리얼 역시 6% 가량 올랐다.
무엇보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달에는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 광고비를 부풀리고 영업이익을 줄여 신고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쉽게 말하면 광고선전비를 부풀려 법인세를 탈루한 것이다.
특히 경쟁사이자 윈저, 조니워커 등을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도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과징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더불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순손실 86억원에도 불구하고 올해 8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지난해에도 배당금 154억원(중간배당 130억원·결산배당 24억원)을 홍콩에 위치한 페르노드 리카르드 아시아에 송금했다.
3년 연속 실적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배당은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익잉여금이 2012년 234억원에서 올해 초 55억원으로 76%나 급격히 줄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페르노리카의 이익잉여금 55억원이 한해 송금하는 배당금의 25~5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을 다시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주류 가격을 인상했다는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명분 없는 가격인상은 한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더구나 페르노리카는 거대한 배당금을 송금하면서도 올해 초 국내 직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해 노사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국내 수입주류 회사 양대산맥중 하나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올해 기부금을 크게 늘린 반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12회계연도에 5500만원이었던 기부금 지출이 전액 삭감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편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물가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