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글로벌 간편결제서비스업체(PG) 페이팔(PayPal)이 국내 진출과 함께 한국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페이팔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율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G는 카드사를 대신해 온라인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다. 특히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중소 쇼핑몰 등과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 및 지불을 대행한 뒤 쇼핑몰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페이팔은 전세계 PG시장의 강자로 한국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에뉴 나야 페이팔 글로벌이니셔티브 상무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며 직접투자(진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PG사도 소비자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해외 업체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는 KG이니시스, LG CNS 등이 새로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페이팔은 낮은 수수료율을 내세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 김소영 조사역은 "페이팔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 미국 수수료 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국내 하위 쇼핑몰에 평균 2.43%(2.36~3.97%)의 결제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이 아니라 싱가포르 페이팔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면 평균 3.58%(3.52~5.32%)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PG사의 결제수수료(일반결제)는 3.4~4.0% 수준이다. 앞으로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투자 비용이 추가될 경우 수수료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비용은 1차적으로는 판매자(쇼핑몰)가 부담하고, 나아가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페이팔이 국내 업체들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조사역은 "페이팔은 선두업체로서 고정투자비용을 이미 상당 부분 투입된 상태지만 국내 PG사는 후발주자로 추가 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국내 PG사의 경우 결제수수료 인상 가능성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페이팔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현재 1억4000만개 계좌를 확보하고 26개국 화폐로 전세계 결제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팔은 이미 구축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별다른 추가 부담없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김 조사역은 "간편결제 사업은 플랫폼 경쟁시장인데, 페이팔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 국내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은 더욱 지연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PG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팔은 현재 간편결제사업 등록을 위해 금융당국과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페이팔 계열사인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국내 전자금융거래법과 관련해 여러차례 문의가 들어왔었다"며 "최근 6개월간 페이팔이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