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과 사외이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5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윤 회장은 이날 LIG손해보험 인수에 필요한 사외이사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사외이사 거취 문제에 대한 잇단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달 회장 후보 내정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윤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승인에 앞서 KB금융 사외이사의 퇴진 등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KB금융이 사외이사 퇴진 문제를 포함해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됐는지를 확인해야 (인수 승인을)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B사태를 불러온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일과 21일 차례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LIG손보를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건 여전하다"며 "금융위원회의 승인 사항이기 때문에 당국이 걱정하지 않도록 설명과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주주총회에서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면담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가 조직개편의 가장 큰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KB금융 사외이사진 역시 요지부동이다. 이경재 의장의 사퇴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21일 주주총회 후 "KB를 개선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사외이사진 개편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윤 회장은 간담회에서 사외이사진 개편을 묻는 질문에 "사외이사(의 거취)에 대해 답변을 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윤 회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자신을 회장으로 추천한 만큼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거취를 결정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LIG 편입 승인이 올해를 넘길 경우 계약이 무산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윤 회장은 우선 계약 무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 기간)연장을 포함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KB의 이익을 지키는 게 뭔지, 무엇이 최선인지 고려한 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