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석유화학 및 건설업체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9월부터 유가하락이 뚜렷해지면서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 관련 품목 수출은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하락 폭이 더 확대될 경우, 중동 등 산유국에 대한 건설 및 플랜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석유·석유화학·섬유 수출 급감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석유제품 수출(금액기준)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12월 두달간 국내 석유제품 수출 실적은 73억800만달러로 1년 전(86억9900만 달러)보다 10억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6.2%, 섬유제품은 약 6.1%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된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것이다.
두바이유 배럴 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8월 101.9달러에서 ▲9월 96.6달러 ▲10월 86.8달러 ▲11월 77달러 ▲12월 60.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새해 들어서는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유 역시 배럴당 50달러선 밑으로 주저앉았고 브렌트유도 지난 7일 배럴당 49.81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 유가하락은 석유·화학공업제품의 수입원가를 낮춘다. 하지만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가격도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들 제품 수요자 입장에서는 구매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한다. 더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수출기업들은 매출 부진 속에 재고 누적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해외 석유개발 기업들의 해양플랜트 개발도 중단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도 간접적 영향권에 들어갔다.
◇중동·중남미·인도네시아 수출도 '빨간불'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중동 등 산유국에 대한 수출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동 수출은 건설 기자재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직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추가 발주를 포기하거나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중동 등에 대한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은행 노충식 국제수지팀 팀장은 "유가 하락의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다" 며 "중동 국가들의 살림살이가 유가 하락으로 안 좋아진다고 할 때 앞으로의 (건설)수주는 지금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와 함께 원자재 가격도 하락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자원보유국에 대한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보유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15.4%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안정세는 국내 수입물가 안정 및 수출기업의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 감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자원보유국의 수입수요 감소를 통해 국내 기업의 수출환경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심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자원보유국의 경기급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주문취소, 수출대금 미회수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수출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