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산업계가 올해 설비투자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5년 기업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평균 3.4% 수준으로 전년보다 설비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가 대 비슷 대 감소' 비율이 '31.4 대 39.8 대 28.8'로 어느 한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실상 관망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 동향분석팀 이상헌 과장은 "경기가 전년보다 회복될 것이라는 방향성에서는 기업들도 이견이 없지만 현 상황은 관망세에 가깝다"며 "확실한 경기 회복 신호를 보지 않고는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157개 기업)고 답한 기업은 투자확대의 이유로 ▲기존설비 확장(37.6%) ▲노후시설 유지보수(28.0%) ▲신규사업 진출(17.2%) ▲생산공정 효율화(16.6%) 등을 차례로 꼽았다.
'투자를 줄이겠다'(144개 기업)는 ▲경기전망 불확실’(52.8%) ▲수요부진(19.2%) ▲기존설비 과잉(15.2%) ▲자금조달 애로(12.8%)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올해 설비투자는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주도하는 가운데 가전, 기계, 자동차 등 업종의 기업이 투자에 활발하게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각각 5.0%, 6.1%로 나타나 중소기업(2.8%), 내수기업(2.1%)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가전 업체와 기계·정밀기기 업체들이 전년대비 설비투자를 각각 6.4%, 6.3%씩 늘리겠다고 답해 설비투자에 가장 의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전은 스마트․친환경 가전시장의 성장, 기계는 미국시장 회복에 따른 주택·건설투자 증가 등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대한상의측은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부품(5.5%), 정보통신기기(5.4%) 등도 산업계 전체 평균보다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에너지(5.3%)와 철강·금속(4.9%) 업체들도 올해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섬유·의복·신발 업체들도 각각 3.4%, 3.0%씩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선·플랜트·기자재는 경쟁심화와 발주량 감소로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유가하락 등에 따른 해양플랜트 시장위축에 따라 투자 2.7% 정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또 고무·플라스틱·종이(0%) 업체는 전년 수준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음식료·생활용품 업체들의 설비투자증가율 0.4%에 그칠 전망이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경제분과 자문위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타나고 국내 구조개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기업들도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은 사물인터넷,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에 대응해 과감한 혁신과 투자를 하고, 정부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과 경제활력 제고 및 경기불확실성 감소를 위한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