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1. A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하니 '연예인 고가패딩 90% 땡처리'라는 배너광고가 눈길을 끈다. 해당 쇼핑몰로 들어가면 100만원을 호가하는 패딩을 2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이벤트 팝업이 뜬다.
#2. B사 홈페이지 한구석에도 버젓이 '명품시계 가격 알고보니…'라는 배너광고가 걸려 있다. 한 연예인이 착용해 화제가 됐던 명품시계는 이곳에서 단 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정품이라면 시중가 1000만원이 넘는 제품이다.
두 배너 광고는 모두 가짜 명품을 팔고 있는 쇼핑몰 링크였다. 판매 제품 역시 전부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든 '짝퉁'이다.
최근 특정 사이트에는 버젓이 배너광고까지 내건 가짜 명품 쇼핑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활동하던 가짜 명품 판매상들이 사법당국의 감시를 피해 온라인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 쇼핑몰 광고를 받아주는 업체에 대한 제재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광고에 대한 관리는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서 맡고 있다. 다만 자율심의회를 통해 불법 사이트 광고를 내리라는 권고만 가능하다.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재인 셈이다.
특히 불법 사이트 광고를 받아준 업체는 직접적인 판매자가 아니므로 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관련 법령이 모호하기 때문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해 아디다스가 G마켓을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오픈마켓에서 실제 짝퉁 거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판매를 막는 조치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모든 책임을 곧바로 지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불법광고임을 알면서 광고를 수주했다면 상표법 침해 방조죄 추궁이 가능하지만 이때도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면서 "인터넷에서 가짜 상품이 유통되는 현상 때문에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만들면 적법한 제품들의 유통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청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가짜 상품 판매자만 상표법이나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처벌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명품 판매처는 인터넷 배너광고 뿐만 아니라 유명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서도 별다른 제약없이 접근 가능하다.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가짜 명품 쇼핑몰이 쏟아질 정도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가짜 상품 판매처 전체 신고 건수는 2013년 2522건, 2014년 3056건이다. 이 중 온라인 쇼핑몰 신고 건수만 각각 2107건과 2895건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특허청이 가짜 상품 단속을 위해 조직한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한 해 동안 가짜 명품 쇼핑몰 5348개에 판매중지조치를 내리고, 454개를 폐쇄했다.
상표권을 침해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짝퉁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짝퉁 시장' 근절 방안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동걸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 소장은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허위 주소나 대포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도메인을 바꿔서 다시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소장은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하고 있지만 가짜 명품 판매 이익금에 비해 벌금히 현저히 낮아 재범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경찰이 먼저 나설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 수사한다"며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에서 불법 쇼핑몰 단속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파는 쇼핑몰이 있다면 의구심을 가져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럽 명품 브랜드 전체를 관리하는 유럽상공회의소의 관계자는 "품질보증 표시인 KC마크를 확인하고 온라인 사이트가 아닌 정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