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그간 1위 사업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이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최대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반도체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고, LG전자 역시 그간 계륵처럼 여겨졌던 휴대폰 사업을 살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호조로 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함하는 DS(반도체 등 부품) 부문의 분기 영업이익이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DS 사업부가 전사 영업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6%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과거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했던 IT·모바일(IM) 부문은 4분기 1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영업익(5조2900억)의 3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013년 전체 영업이익의 72%를 기여했던 세트(IM+CE) 부문이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올해에는 43%까지 하락할 전망"이라며 "반면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보유한 DS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올해 57%까지 늘어날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사업은 거들 뿐, 부품 사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G3를 앞세운 휴대폰 사업부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2751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8% 증가한 성적.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59조408억원, 영업이익 1조8286억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6.4%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실적의 주역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홈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와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특히 MC 사업본부는 그간 LG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해왔던 TV 사업의 수익을 크게 뛰어넘으며 캐시카우 자리를 꿰찼다.
MC 사업본부는 4분기 매출액 3조7831억원, 영업이익 6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연간 기준으로도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 MC 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 15조574억원, 영업이익 3119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0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년도 대비 매출액은 16%, 영업이익은 342%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TV 사업을 담당하는 HE(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4270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530억원), 전분기(1342억원) 보다 99%나 급감했다.
성수기 가격경쟁 심화와 신흥시장 통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전 분기 대비 모두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한 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업황 등 변수가 많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 흔들리지 않는 체질 개선에 보다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으나, 4분기 기준으로는 전분기(1674억원) 보다 60%나 감소했다. 애플 등과의 경쟁심화로 인한 판가하락, 한국시장 수요 침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일각에서는 벌써 'G3' 효과가 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올해 시장별 선택과 집중, 경쟁력 있는 모델 정예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투트랙 전략'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OLED패널 사업은 원가 경쟁력과 제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실적 회복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사업의 경우 낸드, 시스템LSI 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