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위원의 수를 확대하고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KB금융그룹 임직원 제재 당시 불거졌던 밀실 합의와 로비·외압 의혹 등의 논란이 되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핵심 내용을 담은 제재심 속기록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재심의위원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지난해 KB금융 제재 이후에 금융기관 제재심의위원회 제도와 운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를 반영해 제재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선 제재심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을 두 배로 확대하는 한편 민간위원 풀(pool)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경력요건도 관련분야 경력 10년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행 제재심은 총 9명의 위원이 참석한다. 내부위원 3명(금감원 수석부원장, 금감원 법률 자문관, 금융위 담당 국장)과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금감원은 민간위원을 모두 12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다만, 제재심 회의에는 현행대로 민간위원 6명만 참석한다. 제재 안건의 성격과 민간위원의 전문성을 감안해 제재심 위원장이 참여할 위원을 지명한다.
이들 12명 민간위원의 명단은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재심 속기록과 제재심 회의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은 따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 부원장은 "투명성과 알권리 면에서는 제재심 속기록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며 "제재심 위원간 심도있고 활발한 토의가 어려운 문제, 제재 대상자의 명예 훼손과 권익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재대상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도입된다. 제재대상자가 특정한 제재심 위원에게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경우, 해당 위원이 제재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이밖에 금감원은 제재심 성격을 '감독원장 자문기구'로 규정에 명시하고 당연직 위원인 금융위 담당 국장의 의결권을 제한키로 했다.
제재는 최종적으로 금융위에서 결정되는데, 금융위 의결이 있기 전에 금융위 직원이 제재심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통상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금융위 국장의 의결권은 사실상 기권 처리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제재심의안이 유권 해석 의결로 연결되거나 제재 내용이 가부동수일 경우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개편 방안을 즉시 시행하고 상반기 내로 '검사·제재 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이날 발표한 제재심 개편안에 이어 금감원은 금융위와 공동으로 '제재심 제도 선진화 방안'을 검토한다.
서 부원장은 "이번 개편안은 KB금융 사건 이후 당장 제기됐던 문제 중에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과 시행 세칙'을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것부터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