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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교섭 타결될 때까지"…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高空) 설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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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이렇게 하지 않으면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모두가 설 맞이로 바쁜 가운데 고향에 가지 못하고 광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며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 중앙우체국 앞 광고 전광판 위에 밧줄을 둘러맨 두 명의 남성이 올라섰다.

장연의(42)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과 강세웅(46)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서광주지회 조직부장이다.

"고용안정 보장, 재하도급 철폐, 근로기준법 준수"

이들은 2m 정도 너비 남짓한 광고탑 윗면에서 날리는 눈발과 바람을 맞으며 한결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고공농성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일. 전날인 5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국회 앞에서 시작한 오체투지 행진이 공권력에 의해 가로막히자 이들은 도로 대신 높은 곳을 택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케이블 설치 기사들로 구성된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해 3월 설립됐다. 이후 사측에 재하도급 철폐, 고용안정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여왔다.

2005~2006년 케이블 설치 기사들의 고용방식이 원청 소속이 아닌 하청 형태로 바뀐 탓이다.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 전신주 등을 오르면서 낙상, 감전사 등의 위험도 감수해야하는 업무환경에서 일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청 형태의 고용은 노동자들이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자비로 구입하게 해 실질적인 임금도 줄어들게 됐다.

또 하청 업체와 원청 간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새로운 업체로의 고용승계도 보장되지 않았다. 업무 도중 다치기라도 하면 대체자를 세워야만 하는 환경이라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러한 고용구조 속에서 원청과 하청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보장 등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광고탑에 오른 장 팀장과 강 부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광고탑 위에 머물며 하루 3차례 열리는 집회에 참여한다. 광고탑 아래에는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연대농성을 벌이며 함께 집회를 열고 있다.

장 팀장과 강 부장이 머물고 있는 광고탑 내부에는 기기 수리를 위한 내부 공간이 있다. 가로 1.5m, 세로 10m 규모로 성인 남성 2명이 머물기엔 넉넉치 않은 규모다.

이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밤에는 바람을 피해 잠을 청하기도 한다. 식사는 밧줄을 묶은 쇼핑백을 이용해 전달된다. 

씻을 수가 없어 간단한 양치질과 물티슈를 사용하며 지낸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때에는 광고판에 전기가 공급됐지만 현재는 끊긴 상태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침낭을 싸매고 밤을 버티고 있다.

매주 1회씩 의사가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있다. 

강 부장은 불편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고 먹고 하는 것은 큰 문제 없는데 씻거나 생리적인 부분은 좀 불편하다"면서도 "사실 저희보다 밑에서 단식투쟁하는 동지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려고 주의하고 있다"며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가끔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몸에 밧줄을 묶어서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 역시 "(광고탑) 밑에 있는 조합원들은 찬 바람 그대로 맞으면서 땅바닥에서 머물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버틸만 한데 심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하지만 본사에서 계속 협상에 안나오고 있어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교섭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사이 장 팀장과 강 부장은 광고탑 위에서 설을 맞게 됐다.

장 팀장은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연락을 자주 안한다"며 "연락드릴수록 걱정하시고 답답해 하신다"고 말했다.

강 부장 역시 "부모님께는 고공농성 말씀 못드리고 그냥 일이 있어서 못내려갈 거 같다고 전했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끝까지,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광고탑 위에) 남아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광고탑 아래에서는 김수복 SK브로드밴드 양산지회장 등 4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18일 현재 단식농성은 어느 덧 9일째를 맞았다.

송진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 조직팀장은 최근 단식을 진행하던 중 심장에 이상이 생겨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지만 곧바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오후 5시에는 이날 생일을 맞은 고공농성자 장 팀장과 단식농성자 김 지회장을 위한 조촐한 파티도 열렸다. 

장 팀장은 광고탑 위에서, 김 지회장은 아래에서 함께 케이크 위 촛불을 끄고는 동료 노동자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받았다. 한 데 모인 조합원들은 파티가 끝난 뒤 "투쟁"을 외치며 승리를 다짐했다. 

서울 중앙우체국 앞을 지키고 있는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은 300여명이다. 전체 조합원은 1300여명. 이중 20명 정도가 하청 업체로부터 계약해지 당했으며 나머지는 파업 참가자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에도 이같은 파업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설 당일인 오는 19일에는 고향을 향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합동차례를 지내며 설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노조 관계자는 "어려울 때 일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내야한다"며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모두 해결될 때까지 서로 힘 합쳐 건강하게 투쟁해서 꼭 현장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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