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8개월 뒤 휴대폰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휴대폰 구입비를 할인해주는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 이통3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가 위약금, 휴대폰 반납 등 계약조건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고 특정 휴대폰·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사에 제재를 가해 모든 이용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방통위가 시장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통3사에 과징금을 부과(총 34억여원)했다는 점이다.
우선 방통위가 과징금 산출 기준 중 하나로 활용한 중고 가격 추정치가 향후 중고폰 시세에 얼마나 가까울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예로 방통위는 이통사가 휴대폰 선보상금으로 40만원을 지급했고 해당 휴대폰 기종이 18개월 뒤 중고 시장에서 30만원에 거래될 것으로 추정되면 이 때 발생하는 차액 10만원을 불법 보조금으로 봤다.
하지만 중고폰 시세는 시장상황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방통위가 과거 출시된 아이폰 기종의 중고 시세를 근거로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도 중고 시세 변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중국 등 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해당 국가의 주파수 대역과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등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중고폰 시세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중고폰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휴대폰의 수요와 공급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이폰은 유일한 공급업체 애플이 한정된 양을 공급하고 있지만 충성 고객이 적잖아 중고폰 시세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고 있다. 반면 갤럭시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휴대폰의 경우 공급 업체가 많은 데다 시중에 유통되는 종류도 많아 중고폰 시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이통사가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갤럭시 시리즈 휴대폰 가입자를 모으면 아이폰에 비해 불법 보조금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방통위는 '갤럭시노트4', '갤럭시S5-LTE A' 휴대폰 가입자에게 11만9000원~14만9000원 가량의 보조금이 초과 지급됐다며 문제 삼았다.
한편 방통위 관계자는 "18개월 뒤 중고폰 시세를 확인해 제재하면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이통사의)위반 일수, 단말기파손보험금 일정기간 대납, 단말기할부대금채권금리를 일부 단말기할부금에 적용하면서 제공한 이자 혜택 등 가입자에 제공한 경제적 이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