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0 (화)

  • 맑음동두천 -5.1℃
  • 구름많음강릉 0.3℃
  • 맑음서울 -4.0℃
  • 맑음대전 -1.2℃
  • 맑음대구 3.6℃
  • 구름조금울산 3.6℃
  • 맑음광주 0.3℃
  • 구름조금부산 6.2℃
  • 맑음고창 -1.2℃
  • 구름조금제주 4.1℃
  • 맑음강화 -5.9℃
  • 맑음보은 -1.6℃
  • 맑음금산 -0.7℃
  • 맑음강진군 1.4℃
  • 구름많음경주시 3.9℃
  • 구름조금거제 3.6℃
기상청 제공

김호정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URL복사

[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정신과 육체 어느 쪽에서든 아프다는 건 사람의 근저를 흔들어 놓기에 창조의 폭은 그만큼 넓어진다. 배우를 예술가로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예술'로 구분되는 업종에 종사해서가 아니다. 배우는 남을 산다. 역할과 대사를 주는 건 감독이지만, 단 몇 초라도 그것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그들은 만들어진 성격(캐릭터)을 내면화해 '인간을' 살아낸다. 그들은 인간을 온몸으로 표현하기에 예술가다. 아픈 사람을 연기한다는 건, 그래서 배우에게 기회다.

폭을 다르게 말하면 깊이 또한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아픈 인간을 제대로 연기한 배우들은 한 번쯤은 배역에 깊게 몰입한다. 그 몰입은 때론 배우라는 인간 자체를 휘저어 놓는다. 연기가 끝났어도 배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요컨대 배우는 타인을 받아들여 예술로 승화하는 존재다. 2013년과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녀주연상이 모두 아픈 인간을 연기한 배우들이 가져갔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배우가 있다. 그도 예전에는 타인을 살았다. 지금도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고 있다. 딱 한 번, 배우 김호정(47)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살았다. 내가 아닌 타인의 성격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바로 '나'를 다시 내가 받아들여야 했다. 아픔을 겪는 인간을 상상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나의 아픔을 똑같이 겪는 인간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아픔을 겪어야 했기에 고통스러웠다. 남이 아닌 자신을 다시 산 그는 더 나은 연기를 하는 배우로 태어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른 인간으로도 태어났다.

김호정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 역할을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크게 고민 안 했던 것 같아요. 하느냐 마느냐 그게 중요했던 거죠. 아마 살면서 제가 했던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에서 김호정이 맡은 역할은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여자다. 한 번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나 뇌 다른 곳에 또 종양이 생겼다. 수술을 받았지만, 이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 여자에게 고통스러운 건 육체만이 아니다. 병에 유폐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몸을 돌보는 남편을 바라보는 일이다. 더군다나 남편은 여자를 극진히 간호한다.

김호정도 매우 아팠다. 그는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웠다.(그는 병명을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아버지를 잃은 정신적 고통에 육체적 고통이 더해졌다. 그는 당시의 고통이 떠올라 출연 제의를 단박에 거절했다.

 "연기에 관한 인터뷰를 하면요, 배우들이 그러잖아요. 상상력에 경험을 동원해서 연기한다고요. 그런데 이 역할은 그냥 제 경험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싫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고통이 다시 떠올리기 싫더라고요."

김호정은 연출 공부를 위해 미국에 가려고 했다. 영화 출연 제의도 거절했으니 떠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화장'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는 이 영화를 "운명 같았다"고 했다.

 "멋지게 말하려고 '운명'이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내 경험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라고요. 그런 상황이 진짜 온 거죠.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 역할을 거절하면 그냥 이 마음 그대로 살 것 같더라고요. 이건 배우가 아닌 저의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용기를 냈어요. 하기로 하고 원작 소설 읽고, 그때부터는 담담하게 했어요."

김호정은 '화장'을 준비하면서 딱 한 번 울었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고, 환자를 표현하고자 체중을 감량했다. 그리고 영화사에서 준 캐릭터 관련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그는 울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내가 아는 감정들이니까."

영화는 아픈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내를 극진히 간호하면서도 젊은 여자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남편의 이야기다. 임권택 감독은 이 남자의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속절 없는 인간 감정의 결을 짚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장면은 김호정의 몫이다. 남편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를 화장실에서 씻겨주는, '노출'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진 바로 그 신(scene)이다.

 "노출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다만 그 장면이 아름다웠으면 했어요. 감독님도 그러셨던 것 같고요. 전 그냥 살을 더 못 빼서 아쉽던데요."

관객에게 가장 임팩트 있게 다가가는 건 화장실 장면일 테지만, 김호정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 흔들어 놓았던 장면으로 다른 신을 꼽았다. 여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 삭발을 하는 대목이다. 남편은 바리깡을 들고 아무 말도 없이 아내의 머리를 밀고, 여자는 그 상황을 묵묵히 바라본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라서, 연기하는 게 고통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근데 삭발하는 장면은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저는 자리 잡고 의자에 앉고 스태프들은 카메라 동선 짜고 조명 맞추는데,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김호정 같은 거예요. 뭔가 시큰해지면서 예전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눈물 참으려고 가만히 있었죠. 허리 꼿꼿이 세우고 미동도 없이 두 시간 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어요."

 '화장'은 김호정이 겪은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아내는 죽는다. 김호정은 수의를 입고 관에 누웠다. 카메라는 눈을 감은 여자의 얼굴을 담는다.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이 장면이었다.

 "그 장면 찍고 나니까, 갑자기 뭔가 저 자신이 확 달라진 것 같았어요. 제 안에 쌓여 있던 모든 것들을 한 방에 날려버린 기분이랄까요.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활짝 웃게 되더라고요."

서러움을 날려 버린 것이냐고 묻자, "나를 넘어선 거지 울분이나 서러움은 아니다"며 "그저 내가 항상 고민하고 내 안에서 갈등하던 것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김호정은 현재 SBS TV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고 있다. TV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장'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함영주 회장 “판 바꾸는 혁신·하나금융 대전환” 선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5년 연임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출범한 2기 체제는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함 회장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을 바꾸는 혁신’과 ‘하나금융 대전환’을 선언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영주 회장 ‘2기 체제’ 밸류업·비은행 부문 강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81.2%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의 정당성은 실적과 안정적인 리더십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은 실적이다. 지난 2022년 함영주 회장 선임 당시에는 외국인 과반의 반대표가 나왔으나, 3년 후 연임 표결에서는 찬성 우위로 전환됐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과 경영 성과에 더 주목하고, 주주 환원 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그룹 당기순이

정치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부작용은 최소화 총력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히 지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면 정부에서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이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모으자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리 당의 원칙은 분명하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대원칙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다. 검찰 부패의 뿌리는 수사와 기소권 독점에 있다”며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아래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찰개혁안을 국민과 함께, 역사와 함께, 시대정신과 함께 이뤄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인 만큼 유비무환의 자세로 정교하

경제

더보기
민병덕 의원, 탈쿠팡법 대표발의...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소비자 즉시 탈퇴 가능 규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탈퇴를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무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 사진)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플랫폼사업자’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거래를 제공하는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말한다”고, 제21조의4(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즉시탈퇴 요구권)제1항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를 위해 가입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또는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플랫폼사업자에게 즉시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제2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불필요한 절차나 부가 요구 없이 즉시 탈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탈퇴 방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탈퇴 메뉴를 은폐하거나 찾기 어렵게 구성하는 행위. 2. 탈퇴 의사를 반복

사회

더보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2월 8일,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노원을지대학교병원(병원장 김재훈)이 오는 2월 8일 일요일 오전 8시 50분 제12회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연구동 지하 1층 범석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수강좌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최신 치료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기술 발전을 주제로 강연이 이어진다. ▲로봇 척추 수술(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손희중 교수) ▲정형외과 연구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초 및 활용(노원을지대학교병원 최성주 교수) ▲정형외과 임상에서의 AI의 적용 사례(서울대병원 이요한 교수)가 소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하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한다. ▲고관절 비구순 파열의 관절경적 진단 및 치료(노원을지대학교병원 김진우 교수) ▲슬개골 불안정성의 관절경적 치료(인천보훈병원 윤정로 원장) ▲만성 발목 불안정성에 대한 관절경적 외측 인대 재건술(차의과학대병원 이성현 교수)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상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소개한다.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생물학적 치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