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잇따른 대외악재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확장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엔저를 앞세운 일본의 공세 등 해외발 위협 요소들로 수출마저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이들 해외발 악재는 단시일 내 해법이 보이지 않는, 구조적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경제의 골치거리가 될 전망이다.
우선 발등의 불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엔화다. 엔화는 지난달 29일 9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원·엔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7년2개월만의 일이다.
일부에서는 엔저로 인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처럼 엔저를 우려하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경제를 먹여 살렸던 수출 때문이다. 대일 수출 감소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수출의 주요 품목 가운데 절반이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합하고 있다.
실제로 일명 '갈색병 에센스'라 불리는 미국 화장품은 공항면세점에서 우리 돈으로 20만원을 주고 사야하지만 일본 돈으로는 15만원이면 결제가 가능하다.
무선통신기기나 디스플레이 등도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경쟁사 제품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우리 경제에 기회가 될 것이라던 유가도 좋은 면만 있는게 아니다.
저유가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0%대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까지 내려앉으면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또 저유가로 어려워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 산유국에 대한 우리 수출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대(對) 러시아 수출은 8억9600만달러로 전년동기 59.0%, 대 인도네시아 수출은 17억9200만달러로 33.8% 격감했다.
미국과 중국경제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근심거리다.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국인데다 세계경제를 휘두르는 거대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었으나 금리인상시기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FOMC는 실업률이 3% 밑으로 떨어지고 소비심리 등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인식 아래 이르면 6월, 늦어도 9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1분기 미국경제가 0.2% 성장에 그치면서 연준의 계획을 무색케 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는 미국 경제의 둔화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도 한국을 포함해 세계경제를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7%로 6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투자자의 투기적 성향과 신용거래 급증 등은 회사채 디폴트 확산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 그리스의 그렉시트(Grexit) 우려는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경제를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는 지난 4월24일 유로그룹회의와 가진 구제금융합의가 불발된 가운데 채무상환 시기마다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고 지불능력에 대한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해외발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인 수출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지난 1월 1% 감소로 돌아선 데 이어 2월 -3.3%, 3월 -4.3%에 이어 4월에는 무려 -8.1%에 달해 넉달 내리 추락했고, 감소 폭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등을 고려할 때 해외 악재들에 대해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위기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거나, 같은 위기라도 충격이 계속 누적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이 구조적으로 경제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어 성장동력이 없는 상태"라며 "지금의 경기부진은 일시적 수요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이면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 부양책은 해결책이 못되고 재정부양, 재정지출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하므로 내수를 살려야 하는데, 경기 부양보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송두한 농협금융연구센터장은 "그동안 수출이 부족한 내수를 메워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수출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안좋은 상태"라며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시장에도 단기변동성이 커져 환율과 증시에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송 센터장은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내수부진 및 수출증가라는 패턴이 최근 내수부진 및 수출부진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주변국처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