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3일의 파리 연쇄 테러에서 축구 경기장 자폭 테러범의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아아 여권은 유럽 당국이 유럽으로 밀려드는 수많은 난민들을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자폭테러범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이 여권은 지난달 그리스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에서 난민 신청 등록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발칸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경로에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통과 서류가 손쉽게 남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여권 소지자는 이들 3개국을 거치면서 간단한 질문을 아무 문제 없이 통과함으로써 유럽으로의 이동을 계속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들 3개국 경찰은 이 여권 소지자가 국제적으로 전혀 수배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권이 위조된 것인지 진짜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또 이 여권이 자폭 테러범의 것인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국경 통제를 담당하는 프론텍스는 위조 여권을 이용해 유럽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이른바 발칸 경로를 거치는 이주자들은 당국에 신고와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주자들의 데이터는 인터폴의 자료와 대조해 조사받아야 하며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도 촬영해야 하지만 많은 이주자들은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며 가명을 대거나 출신국에 대한 허위 사실로 등록할 수 있는 실정이다.
한 세르비아 경찰은 이주자 대부분이 오랜 내전 상태인 시리아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입증할 서류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리아 출신이면 경제적 이주자로 간주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파키스탄 출신인 것보다 망명 승인을 받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관리들은 올해 세르비아로 들어온 49만 명의 이주자 상당수가 신분 증명 서류를 분실했다고 말해 과거 전과 여부나 테러 세력과의 연계 기록 등을 체크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발칸 경로로 지목되는 국가 어디에서도 무작위 검사를 통해 이주자들 되돌려보낸 기록이 전혀 없다. 이 국가들이 이주자들이 자기들의 나라에 좀더 오래 거주하기보다는 그저 빨리 다른 나라로 통과하기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