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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돋보기】 정체성에 대한 흥미롭고 감성적인 블랙코미디 우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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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이 감기처럼 흔한 세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이름도 
집 주소도 아닌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이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최우수 작품상 후보, 제56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등에 이어 한국에서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 공식 초청을 받는 등 전 세계 영화제 10개 부문 수상과 13개 부문 노미네이트됐다.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


‘기억상실증’이란 소재에 대한 가장 보편적 반응은 진부하다는 인상일 것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쓰이고 그래서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재료다. 


바꿔서 말하면 그만큼 매력적인 테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간의 존재란 무엇일까. 사회적 관계도 신분도 기억이라면 기억이 상실된 상태에서 나는 무엇일까. 드라마에서 극적인 전환을 위한 ‘막장적’ 장치로 쓰일 때조차도 기억상실증은 그 자체가 이 같은 존재론적인 고민을 암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억상실증을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애플> 또한 이 같은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담았지만, 잔잔하고 감성적인 코미디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알리스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병원에 실려온 그는 의사로부터 요즘 유행하는 기억상실증이라는 병명을 듣게 된다. 병원에서 기억력 테스트를 하면서 가족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기억상실증이 유행병이라는 것은 기억의 상실이 일상이 된 세계다. 


도로에 주저 앉아있는 남성에게 여자는 바로 옆에 있는 차를 빼달라고 하지만 남성은 자신이 그 차에서 방금 내렸다는 사실 조차 모른다.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축구장에서 경기를 보다가 갑자기 상황에 던져진 자신에게 당황한 환자들이 즐비하다. 그런 세계에서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비극적이지 않다. 고통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은 어쩌면 기억에서 오는 것이니까. 이런 세상이다 보니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가족을 찾을 수 없는, 그래서 사회적 신분을 확인하거나 보호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상식적인 사회 문화적 상징이나 약속을 기억 못하기 때문에 취직이나 독립된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무연고 환자의 새출발을 돕는 것이다.


알리스는 새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기억과 자아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부터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까지 병원으로부터 매번 새로운 미션을 받고 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며 하루하루를 새롭게 지낸다. 

 

차세대 그리스 거장


<애플>은 사회적 고립이 만연한 팬데믹 시대에 더욱 특별하다. 사진을 찍어서 ‘인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식적인 경험을 하는 주인공의 행위들은 체험이나 관계가 인스타그램용으로 이루어지는 세태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유로 읽힌다. 


영화는 성장의 과정을 함축시킨듯한 직설적인 상징들을 쏟아내며 삶과 정체성, 기억과 사람의 속성에 대한 흥미롭고도 감성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어이없는 아날로그적 방식의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재미있다.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한 영화라는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블루 재스민>부터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 등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사랑받고 있는 케이트 블란쳇은 자신의 주연작 <캐롤>에 이어 두 번째로 장편 영화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다.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작품 세계에 매료됐다고 참여 배경을 밝힌 케이트 블란쳇은 니코우 감독의 차기작 <핑거네일>(2022)까지 연이어 제작 참여하며 든든한 서포트를 보내고 있다. 


차세대 그리스 거장 감독으로 손꼽히는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단편 영화 <KM>으로 로트르담국제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팜스프링스영화제 등 전 세계 40여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첫 장편 영화 데뷔작 <애플> 이전에도 굵직한 작품들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실제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송곳니>의 조감독으로 활동했으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하고 최고의 트릴로지로 평가받는 ‘비포 시리즈’ 중 <비포 미드나잇>의 조감독으로도 참여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부문 그리스 대표 출품작으로 이목을 끈 <애플>에 이어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핑거네일>의 주연 캐스팅으로 캐리 멀리건을 낙점하며 할리우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알리스 역을 맡은 알리스 세르베탈리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알프스>를 비롯해 영화제 11개 부문 수상 및 20개 노미네이트작 <더 웨이터>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그리스를 대표하는 배우다. <애플>로 제61회 데살로니키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알리스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 역을 맡은 소피아 게오르고바실리는 <어사 미노>, <니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는 물론 직접 단편 영화 4편의 연출과 각본을 진행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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