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며 조만간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국가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굉장히 이른 시일 내에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설립추진단을 중심으로 오피니언 리더, 과학기술계 관계자, 우주항공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정도면 국민들이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으로 됐다라고 지지할 수 있을 때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약속했던 한국판 NASA 설립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곧 발족할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통해 어떻게 윤곽을 잡아갈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최근 한국판 NASA를 항공 정책보다는 우주개발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내내 '항공우주청'이라는 표현을 써왔지만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는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라며 '항공'과 '우주'의 순서를 바꿔 '우주항공청'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주산업 클러스트의 경우, 대전의 연구·인재 개발, 전남의 발사체 산업, 경남의 위성 산업 등 3각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존 우주산업 클러스터 선정부지였던 전남과 경남 2곳외에 대전을 추가한 것. 새정부가 우주항공청 설립 부지를 대전이 아닌 경남 사천으로 사실상 확정하자 우주클러스트를 대전과 전남, 경남 3개축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대전시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정부가 추구하는 'NASA 모델'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는 "우주탐사, 항공연구, 우주기술, 교육 등 항공우주에 관해 종합적으로 관할하고 있다는 것과 기술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랑 연계해 우주산업을 키워가는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차세대 발사체와 달 착륙선, 달 탐사 로버(탐사 로봇) 기술 개발을 포함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가칭)을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5년간의 범부처 우주개발 계획을 담은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2023~2027년)을 오는 12월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우주 담당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에 가장 바쁘게 뛰고 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 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항공우주청 신설과 경남 사천 설치는 국정과제로 나왔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시점 등과 연계돼 행정안전부와 함께 신설 시기 등을 논의 중"이라며 "항공우주청과 관련, 민간 우주개발, 국방 등 다양한 역할을 살펴봐야 하고 항공분야에 대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과도 협의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는 NASA 수장에 직접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빌 넬슨 NASA 청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항공우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항공우주청의 역할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에 넬슨 청장은 항공우주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민간 우주산업 육성 방법 및 항공우주청의 역할을 제안했다.
과학기술계는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에 정부가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한국판 NASA 논의가 설립 지역, 명칭 등 지엽적인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어느 정도 초안을 제시해야지 아니면 지금처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논의 밖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