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독일 최대 가전박람회 'IFA'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LG전자 임원들의 형사재판에서 재판 관할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팽팽히 대립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 심리로 열린 LG전자 조성진(59) 사장과 조모(50) 상무, 전모(55) 전무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범죄지 어느 곳도 서울중앙지법의 관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들의 주소지 및 거소지, 현재지도 모두 서울중앙지법 관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관할지 이전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같은 취지로 이 사건을 LG전자 창원공장 소재지 관할인 창원지법으로 옮겨달라는 내용의 관할위반신청서를 전날인 11일자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에 "피고인들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보도자료를 기자 400여명에게 보냈다"며 "이는 허위사실 유포 및 적시의 일련의 실행행위고, 서울중앙지법이 관할지로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우선 전 전무가 작성하고 조 사장이 승인해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점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보도자료를 받은 기자들이 기사를 쓴 장소도 범죄지로서 관할지에 속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명예훼손 범죄는 그 성립에 구체적 결과발생을 요하지 않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이 이메일을 보낸 행위와 기사가 게재된 시점이 모두 일련의 실행행위로 포섭된다"고 설명했다.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지 않은 조 상무에 대해서는 "조 사장과 관련된 사건이고 같은 회사에서 동행해 범죄현장에 있었다"며 "당연히 병합심리가 필요하다"고 역시 서울중앙지법 관할임을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취지에서 전 전무가 작성한 이메일을 수신해 기사를 쓴 기자들과 이들이 쓴 기사의 게재일시를 특정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고, 당시 기자들의 이메일 수신서버 위치 및 기사 작성·게재 장소에 대한 수사보고서를 추가로 증거 제출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이메일로 송부된 내용이 인터넷에 게재된 경우 이메일 작성지를 관할지로 본다면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의 관할지가 지나치게 확대된다"며 "이는 범죄지를 관할지로 정한 우리 법이 의미 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재판부는 한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고 검찰 수사보고서에 대한 변호인 의견서를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에서 LG전자 임원들이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하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 사장과 임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당시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세탁기 실물 검증과 소환조사 등을 거쳐 지난달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조 상무와 조 상무, 전 전무를 기소했다.
조 사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7일 오전 11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