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05 (금)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신’이라 불리는 ‘악마’가 지배하는 곳

URL복사

독재 정권의 고문실이자 사교 단체를 배경으로 만든 실화 영화 ‘콜로니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61년부터 30년간 운용된 칠레의 비밀 감옥 콜로니아 디그니다드(Colonia Dignidad)를 배경으로 만든 실화 영화다. 엠마 왓슨, 다니엘 브륄, 미카엘 니크비스트가 출연했다. ‘존 라베 난징 대학살’의 독일 출신 플로리안 갈렌베르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칠레 정치격변기 역사에 허구 가미


1973년 정치격변기 칠레 산티아고가 영화의 배경이다. 루프트한자의 스튜어디스 레나는 산티아고 비행 스케줄 기간 동안 칠레에 있는 연인 다니엘과 달콤한 휴식을 보낸다. 독일인 사진작가 다니엘은 칠레의 자유 정부 모임을 도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해 활동하고 있다. 군부의 만행을 사진 찍다 다니엘은 체포되고 비밀경찰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다. 레나는 수소문 끝에 다니엘이 ‘콜로니아’로 불리는 사교 단체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인을 구하기 위해 그곳에 신도로 위장해 잠입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남녀 두 주인공을 비롯해 드라마의 대부분은 허구다. 전개의 핵심은 연인의 로맨스와 구출 작업의 긴장감이다. 인물들은 이 과정에서 사교 조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관객은 단계적인 폭로의 충격을 공유한다.


실화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시간과 공간의 시각화는 흥미롭지만, 리얼리티보다는 관습적 문법이 우선시 되고 순화돼서 표현됐다. 칠레 군부의 악명 높은 산티아고 국립경기장(National Stadium) 숙청 작업이 연상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엄청난 고문과 처형이 이루어진 역사가 너무 참혹한 나머지 영화는 소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군부의 만행을 함축적이고 긴장감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장면 자체는 효과적이다.


주요배경인 피노체트 정권의 비밀 감옥이자 고문실이었던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 대한 묘사 또한, 잔인함에는 틀림없지만 그 시간 밖에서 벌어진 참상에 비해 평온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용 자체가 평온한 것은 아니다. 상업 영화로써 관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현의 전형화를 선택한 것이 그 이유다.





실화의 힘, 타자의 한계


이 영화의 가장 높은 가치는 실화라는데 있다. 나치 전범이자 아동성폭행범인 폴 쉐퍼가 독일에서 이주해 개인 농장에 자리 잡은 사교단체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독재자의 참혹한 낙원이었던 피노체트 정권과 닮았다. ‘신’이라 불리는 ‘악마’가 지배하는 이곳은 지배와 피지배의 철학적 사회적 문제,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관련국들까지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할 역사라는 점에서 폭넓은 사고의 원천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는 실제 소재의 가치를 뛰어넘지 못한다. 조미료와 연성화가 지나치다는 문제 그 이상으로 상황 설정이 엉성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며 진부하다. 종교 단체의 설명과 그 구성원에 대해 피상적 묘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상상력의 빈곤에다 역사와 사람에 대한 해석의 빈곤까지 드러낸다. 영화는 당연히 역사 전체를 담을 필요가 없지만, 장면을 삭제하는 것과 그 역사의 무게까지 덜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더욱 이 가벼움이 어색하다. 결국 이 영화는 칠레에 감금된 독일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통합적 시선과 통찰을 기대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덕분에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덜어진 것은 상업 영화로써 장점일 수 있다. 서스펜스가 참신하지는 않지만 전반에 깔려있어 지루하지는 않은 편이다. 실제로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 대해 공개된 부분이 많지 않아 실체에 대한 궁금증도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다시 말하지만 실화라는 힘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허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화라는 사전 정보는 허구마저 실화로 오인하게 하면서 연출 외적인 에너지를 발휘한다.


비록 독재와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해 이 시대에 유의미한 통찰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이지만, 이 영화는 칠레의 암흑기와 인권유린 고문 착취 감금 등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일깨움과 관심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제작 자체가 가진 파급력까지는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독일인의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와 관련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경훈 서울시의원, “학업중단숙려제 악용 사례 보고돼··· 제도의 미비점 메꿔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경훈 의원(국민의힘, 강서5)이 지난 1일 제332회 임시회 서울시교육청 정책국 질의에서 학업중단숙려제가 악용되고 있는 사례를 지적하고 숙려제 신청 절차 및 승인 기준을 재검토하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도록 당부했다. 학업중단숙려제는 학생이 학교 폭력이나 가정 문제, 진로 고민 등으로 자퇴하려는 학생에게 일정 기간 이를 숙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학생이 왜 학업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컨설팅이나 대안 교육기관으로의 안내 등 지원책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도록 돕는 제도에 속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서울 관내 초중고 학생 학업중단숙려제 현황’에 따르면 작년 3,359명의 학생이 숙려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799명보다 약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2020년이 코로나 시기였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숙려제 이용 횟수는 현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훈 의원은 “교육청에서 나름의 지침을 가지고 학업중단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도 최근 들어 이 제도를 ‘공식적 장기 결석’을 통한 자유 시간 및 휴식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문화

더보기
헤밍웨이의 대표작 '무기여 잘 있거라'를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을 펴냈다. 신간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A Farewell to Arms’를 현대적 시선으로 분석한 해설서다. 저자 고민곤은 원작의 줄거리를 단순히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참상과 인간애,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해석한다. 특히 비와 눈 같은 자연 현상에 담긴 상징을 짚어내며 독자가 원작을 더욱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전쟁이 개인의 존엄과 사랑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탐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연대와 온기를 강조한다. 또한 군인과 사제, 젊은이와 권력자 간의 갈등을 다루며 전쟁 문학이 던지는 질문을 오늘날의 현실로 확장시킨다. 이를 통해 ‘무기여 잘 있거라 - 전쟁, 사랑, 죽음’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고민곤 저자는 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검정위원, 2010학년도 대입 수능 외국어 검토위원, 대학 강의, EBS 교재 검토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NEAT쓰기완성’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