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아름답고도 혹독한 인생길

URL복사

16세 히말라야 소녀의 ‘패드 야트라’ 순례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히말라야 4300m 고산지대에 사는 16세 소녀 왕모의 출가 과정을 통해 가족과의 이별, 성장 등의 드라마를 담았다. KBS 대기획 UHD 다큐멘터리 <순례> 1편의 극장판으로, TV 방영 당시 삭제된 장면들이 추가됐다. 2017 코리아 UHD어워드와 2018 휴스턴국제영화제 등을 수상했다.

압도적인 아름다움

영화는 ‘발의 여정’을 뜻하는 인도 라다크 드루파의 순례길 ‘패드 야트라’의 생생한 현장을 중심으로 소녀 왕모의 출가 전의 삶과 가정사 등의 드라마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패드 야트라’는 인도 최북단 라다크 지역과 히말라야산맥을 17일 동안 200km 걸으며 관통하는 혹독한 종교적 의식이다. 제작진은 이 순례길을 동행해 공들여 현장을 포착했다. 눈보라 속 얼음판 위를 오체투지로 지나는 그 험난한 길에 소녀 왕모도 있다. 고산지대에서 여기 저기 스님들이 기절을 하고 빙판에서는 계속 넘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차마고도> 제작팀의 참여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짐작하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희귀한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는 점, 장엄한 자연 경관과 빼어난 촬영기술로 담아낸 영상미 등만으로도 스크린으로 만날만한 가치가 있다. 매 장면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뛰어난 색채감과 구도가 미술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의 더욱 대중적 요소는 여기에 소녀 왕모의 감성적 드라마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김한석 감독은 ‘패드 야트라’에서 당연히 갖게 되는 ‘왜 그들은 고행을 자처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풀어나간다. 패션 잡지를 오리고 친구의 귀걸이를 해보고 즐거워하는, 그저 평범한 소녀인 왕모는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출가를 결심한다.

도시로 나가 가정부로 일하며 학교를 다니다보니 출석 횟수도 적어서 또래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여전히 중학생일만큼 왕모의 경제적 상황은 궁핍하다. ‘굶지 않고 학교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승려가 되는 전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인 것만은 확실하다.

극영화적 상징과 연출

영화는 이별이 거듭 등장한다. 단짝 친구가 출가하고 할머니가 죽는다. 순례길에 오르는 왕모는 자신의 소녀시절을 떠나보낸다. 치열하고 차가운, ‘버텨야 하는’ 형태의 삶으로 묘사되는 순례길과 대비적으로 소녀 시절의 왕모의 삶은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들로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낯선 풍경 속에서 익숙한 감정들을 발견하게 된다.

친근한 것들과의 이별, 사회로 첫발을 내딛을 때의 성장통 같은 자신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것이다. 집 밖의 생존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누구나 어린시절의 자신과는 결별하는 상실감을 경험한다.

특히 왕모가 처한 현실은 어린 나이에 도시로 와서 식모로 살아야 했던 70년대 한국의 수많은 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계층 분화가 이루어지며 하층노동자로 살았던 우리의 누이들이 그랬듯이, 그 순수한 히말라야의 자연속에 서 있는 왕모도 사실상 자본의 억압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숨막히게 아름답기에 이 같은 부조리들마저 자꾸만 뒤덮는다. 마치 종교가 그렇듯이, 안타깝지만 인생이란 원래가 그런것이며, 그마저도 눈부신 것이며, 그 부조리한 세상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어떤 직접적 메시지를 던지지 않기에 해석은 열려있지만, 세상을 보는 그 황홀하게 미학적 시선만으로도 관객은 분노나 절망보다는 다소 감상적인, 애틋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다. 왕모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독백들은 작품 전체의 간결성을 높이지만 전혀 16세의 미숙한 언어나 철학이 아니다.

전달 방식이나 표현에서도 극영화적 기법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감독은 관객과 감성적 소통에 중점을 둔 듯하다.

그것이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극영화적 상징과 연출로 인한 재미와 감동의 극대화 또한 확실히 얻었다. 하지만, 왕모나 그 가족들은 물론 히말라야 풍광마저도 대상화 시키는 작위성이, 비록 조심스럽지만 빈번히 노출되는 한계는 존재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충권 “배경훈, 부모 재산 독립생계 이유 고지 거부...세액공제는 5년간 수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비례대표·과방위)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부모의 재산을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근 5년간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총 2500만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속의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단, 부모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경우에 한해 재산 고지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반면에, 현행 소득세법상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 즉, 상기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억대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는 거부한 것은 탈세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과연 법위에 있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답다. 국세청은 이제라도 환수조치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허위 고지거부나 불성실한 재산 등록에 대해 경고, 시정명령, 징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최한기의 '농정회요' 제1책, 제11책 최초 발견...국내외 유일 완질본 공개, 3일 발표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은 기존에 10책으로만 알려져 있던 최한기(崔漢綺)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전 11책, 25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장서각본의 발견은, 2024년 부여 함양박씨 구당 박세영 종가의 전적에서 『통경(通經)』을 최초 발견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성과로, 국가 유물 발굴 및 연구 분야에 중대한 기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농정회요』는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제2책~제10책)만이 알려져 있었으며, 제1책이 누락된 탓에 저술자와 집필 연도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장서각본을 통해, 저자가 최한기며, 저술 연도는 1837년, 책 전체는 전 11책(25권)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장서각본은 교토대본과 달리 낙질 없이 필체가 균일하고 정교해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제1책과 제11책의 최초 발견은 『농정회요』 전체 구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농정회요』, 농업 경제정책 9개 주제를 집대성한 실용 농서 『농정회요』는 농업을 둘러싼 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