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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5) - 진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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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충남 금산의 주산(主山) 진악산(進樂山)이다. 어제는 집사람의 연례행사인 봄철의 쑥을 뜯기 위해 친구 부부와 같이 처가인 금산에 내려와 하루 내내 쑥과 두릅, 머위, 엄나무 순 등 봄나물을 뜯고, 뜯은 쑥을 씻어 불 피워 삶아 냉동시키는 고된 노동을 시키고는, 오늘 친구 부부에게 금산을 보여주기 위해 진악산 산행을 계획했다. 


쑥은 단군 신화의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한 달 동안 먹으며 살아 인간이 되었다는 것으로 예로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집사람 친구 아버님이 암 선고로 6개월을 못 산다 했는데 매일 쑥떡을 장복하며 10년을 넘게까지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쑥 뜯기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쑥떡은 맛은 그렇지만 아침 대용식으로 자주 애용하는 우리 집 주식이 되었다.


진악산(733m)은 잘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충남의 산 중에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904m), 대둔산(878m), 계룡산(845m)에 이어 그 높이와 산세를 자랑한다. 일찍이 서대산, 대둔산, 계룡산, 칠갑산 등 충남에서 이름있는 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의 100대 명산반열에 오른 이 산은 우리나라 최초 인삼재배지인 개삼(開蔘) 터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모처럼 만의 친정 나들이에, 금산에서 터를 잡고 사업을 하시고 있는 집사람의 오빠인 손위 처남 형님이 산행 안내를 해주신다 하여, 차를 타고 진악산의 서쪽인 ‘수리 넘어 재’ 광장으로 차를 몰았다. 금산 읍내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수리 넘어 재는 진악산 등반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듯 신록이 우거진 차길 언덕의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몸을 푼 후, 바로 앞의 등산로를 따라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4월 말의 진악산은 연록의 모든 잎이 온 산을 초록으로 물들이며 생명을 키우고 있다. 


숲의 가파름에 숨을 고를 때쯤, 능선의 칠 부쯤에 평행한 좁은 숲길을 만난다. 이 숲길은 예부터 남이면(面) 사람들이 산을 넘어 금산 읍내에 장 보러 다니던 길이라는데 지게 지고 다녔을 통행로 치고는 너무 좁고 험하다.

 

갓길은 아찔한 급경사 절벽이다. 그래도 나무로 덮인 호젓한 숲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도니,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이 ‘장승’이다. 산길을 가는 사람의 안녕을 위해 장승이 서 있어서 장승이라는 지명이 붙은 것 같다. 한쪽은 금산 읍내로 내려가는 길, 우리는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오르는 산길은 소나무가 빽빽한데 얼핏 보니 붉은 띠를 두른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다. 


아! 소나무 재선충병이 이곳까지 침입했구나! 그래도 이 울창한 숲을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방재 사업을 하는 산림청 직원들의 수고를 느끼며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나 자연의 재선충병이나 어디서나 생명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눈으로 보는 듯하다. 

 

그래도 오르는 산길의 초목들은 신비로운 초록들을 반짝반짝 뽐내며 저마다의 생명을 꽃피우고 있다. 매년 봄이면 싹을 틔우고, 한여름 무더위에는 녹음을 만들고, 또 가을에는 씨를 남기며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생명의 윤회는 매년 느끼면서도 새로운, 생명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신비한 경이로움이다. 


능선을 따라 오를수록 바람이 세차고, 그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연약한 나무의 꽃 이름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물푸레나무 꽃이다. 이 나무를 태운 재를 물에 풀어 염료로 사용하면 푸르스름한 잿빛 물이 드는데, 예전에는 승려의 옷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였다 한다. 이곳저곳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도 찾아보며 오르는 중 마침내 능선 양옆으로 바라다보이는 경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능선을 타고 오르면서 바라다보이는 금산 읍내는 분지가 뚜렷하나 그 반대편 남쪽의 남이면 쪽은 첩첩산중, 두메산골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첩첩산중, 그 표현 이외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정상 가까이에는 관음굴이 있어 들려보았다. 깎아지른 절벽을 빙 돌아 굴이 하나 있는데 기도처라 한다. 형님에 의하면, 옛날 백제 시대에 강 처사라는 사람이 부모가 병이 나 약초를 구하다가 이곳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빨간 열매가 달린 풀뿌리를 달여드리라는 현몽을 받고 그대로 했더니 병이 나았더라, 그래서 그 씨를 받아 키우기 시작한 곳이 저 아래 개삼(開蔘) 터이고 그때부터 금산이 인삼의 고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기도발이 잘 받는 곳이라 하여 우리 가족들 건강하기를 한번 빌어 보았다.


드디어 정상, 진악산은 산의 정상부에 바위가 많아 능선을 타면서 막힘없는 시야에 매료되기도 하는 산이다. 탁 트인 시야에는 바로 앞에 서대산, 대둔산, 천태산, 덕유산이 보이고 저 멀리 계룡산도 보인다.

 

저 아래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가면 ‘보석사’에 이르는 종주 코스이다. 보석사는 통일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보석사 나무 천년, 절집 천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도의 용문사 은행나무에 버금가는 은행나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령 천여 년의 은행나무와 통일 신라 때 창건된 보석사는 천년의 세월을 함께해 온 금산이 자랑하는 천년 지기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가져온 차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하며 세찬 바람을 피해 햇살 좋은 능선에서 가져온 점심을 먹는다. 형님이 젊었을 때 신문에 금산 남이면이 난 것을 보았더니 전국 땅값이 제일 싼 곳으로 금산 남이면 건천리가 평당 100원으로 나와 있었을 만큼 오지(奧地)였다는 설명에 그 첩첩산중의 끝이 궁금해졌다. 현재는 남이면 건천리 계곡을 금산군이 남이 자연휴양림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자연휴양림이 되었다 한다.


산행에서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어제 뜯은 엄나무 순과 엄나무, 그리고 손위 처남이 사다 준 인삼을 잔뜩 넣고 끓인 쌉쌀한 닭백숙을 먹으며 어스름이 내리는 처가의 앞산을 바라본다. 낮에 보았던 그 첩첩산중이 눈에 아련하며 산으로만 보였던 그 산들의 겹침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남이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가는 길은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굽이쳐 지나며 깊은 산세가 장관이며 곳곳이 계곡이다. 휴양림은 말 그대로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신선봉과 선야봉의 높은 봉우리 바로 밑에 조성된 계곡으로,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깊은 산중에 금산군이 정성을 다해 자연 친화형 휴양지로 만들었다. 


이슬비가 아스라이 내리는 휴양림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 가에는 어제부터 야영한 사람 몇 명이 한가히 커피를 마시며 자연을 즐기고 있다. 종교학자, 폴 틸리히의 말을 빌리면,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라던데, 이들은 자신만의 고독을 즐기는 듯 보였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남에게 휩쓸려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고독을 통해 삶을 다져온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 이렇게 깊은 골짜기까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삶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해답은 분명 자기 안에 있을 터이지만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일상으로부터 떠나봐야 한다.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그 답을 모색하려는 사람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길 위에 서봐야 한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건 나를 들뜨게도 힘들게도 한다. 그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땐 떠나기 전의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처럼 만에 찾은 금산의 진악산과 첩첩산중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이었음을 느낀다. 자연 속에 어울려 사는 금산의 모습도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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