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25) - 진악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충남 금산의 주산(主山) 진악산(進樂山)이다. 어제는 집사람의 연례행사인 봄철의 쑥을 뜯기 위해 친구 부부와 같이 처가인 금산에 내려와 하루 내내 쑥과 두릅, 머위, 엄나무 순 등 봄나물을 뜯고, 뜯은 쑥을 씻어 불 피워 삶아 냉동시키는 고된 노동을 시키고는, 오늘 친구 부부에게 금산을 보여주기 위해 진악산 산행을 계획했다. 


쑥은 단군 신화의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한 달 동안 먹으며 살아 인간이 되었다는 것으로 예로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집사람 친구 아버님이 암 선고로 6개월을 못 산다 했는데 매일 쑥떡을 장복하며 10년을 넘게까지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쑥 뜯기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쑥떡은 맛은 그렇지만 아침 대용식으로 자주 애용하는 우리 집 주식이 되었다.


진악산(733m)은 잘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충남의 산 중에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904m), 대둔산(878m), 계룡산(845m)에 이어 그 높이와 산세를 자랑한다. 일찍이 서대산, 대둔산, 계룡산, 칠갑산 등 충남에서 이름있는 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의 100대 명산반열에 오른 이 산은 우리나라 최초 인삼재배지인 개삼(開蔘) 터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모처럼 만의 친정 나들이에, 금산에서 터를 잡고 사업을 하시고 있는 집사람의 오빠인 손위 처남 형님이 산행 안내를 해주신다 하여, 차를 타고 진악산의 서쪽인 ‘수리 넘어 재’ 광장으로 차를 몰았다. 금산 읍내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수리 넘어 재는 진악산 등반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듯 신록이 우거진 차길 언덕의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몸을 푼 후, 바로 앞의 등산로를 따라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4월 말의 진악산은 연록의 모든 잎이 온 산을 초록으로 물들이며 생명을 키우고 있다. 


숲의 가파름에 숨을 고를 때쯤, 능선의 칠 부쯤에 평행한 좁은 숲길을 만난다. 이 숲길은 예부터 남이면(面) 사람들이 산을 넘어 금산 읍내에 장 보러 다니던 길이라는데 지게 지고 다녔을 통행로 치고는 너무 좁고 험하다.

 

갓길은 아찔한 급경사 절벽이다. 그래도 나무로 덮인 호젓한 숲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도니,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이 ‘장승’이다. 산길을 가는 사람의 안녕을 위해 장승이 서 있어서 장승이라는 지명이 붙은 것 같다. 한쪽은 금산 읍내로 내려가는 길, 우리는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오르는 산길은 소나무가 빽빽한데 얼핏 보니 붉은 띠를 두른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다. 


아! 소나무 재선충병이 이곳까지 침입했구나! 그래도 이 울창한 숲을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방재 사업을 하는 산림청 직원들의 수고를 느끼며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나 자연의 재선충병이나 어디서나 생명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눈으로 보는 듯하다. 

 

그래도 오르는 산길의 초목들은 신비로운 초록들을 반짝반짝 뽐내며 저마다의 생명을 꽃피우고 있다. 매년 봄이면 싹을 틔우고, 한여름 무더위에는 녹음을 만들고, 또 가을에는 씨를 남기며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생명의 윤회는 매년 느끼면서도 새로운, 생명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신비한 경이로움이다. 


능선을 따라 오를수록 바람이 세차고, 그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연약한 나무의 꽃 이름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물푸레나무 꽃이다. 이 나무를 태운 재를 물에 풀어 염료로 사용하면 푸르스름한 잿빛 물이 드는데, 예전에는 승려의 옷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였다 한다. 이곳저곳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도 찾아보며 오르는 중 마침내 능선 양옆으로 바라다보이는 경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능선을 타고 오르면서 바라다보이는 금산 읍내는 분지가 뚜렷하나 그 반대편 남쪽의 남이면 쪽은 첩첩산중, 두메산골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첩첩산중, 그 표현 이외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정상 가까이에는 관음굴이 있어 들려보았다. 깎아지른 절벽을 빙 돌아 굴이 하나 있는데 기도처라 한다. 형님에 의하면, 옛날 백제 시대에 강 처사라는 사람이 부모가 병이 나 약초를 구하다가 이곳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빨간 열매가 달린 풀뿌리를 달여드리라는 현몽을 받고 그대로 했더니 병이 나았더라, 그래서 그 씨를 받아 키우기 시작한 곳이 저 아래 개삼(開蔘) 터이고 그때부터 금산이 인삼의 고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기도발이 잘 받는 곳이라 하여 우리 가족들 건강하기를 한번 빌어 보았다.


드디어 정상, 진악산은 산의 정상부에 바위가 많아 능선을 타면서 막힘없는 시야에 매료되기도 하는 산이다. 탁 트인 시야에는 바로 앞에 서대산, 대둔산, 천태산, 덕유산이 보이고 저 멀리 계룡산도 보인다.

 

저 아래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가면 ‘보석사’에 이르는 종주 코스이다. 보석사는 통일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보석사 나무 천년, 절집 천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도의 용문사 은행나무에 버금가는 은행나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령 천여 년의 은행나무와 통일 신라 때 창건된 보석사는 천년의 세월을 함께해 온 금산이 자랑하는 천년 지기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가져온 차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하며 세찬 바람을 피해 햇살 좋은 능선에서 가져온 점심을 먹는다. 형님이 젊었을 때 신문에 금산 남이면이 난 것을 보았더니 전국 땅값이 제일 싼 곳으로 금산 남이면 건천리가 평당 100원으로 나와 있었을 만큼 오지(奧地)였다는 설명에 그 첩첩산중의 끝이 궁금해졌다. 현재는 남이면 건천리 계곡을 금산군이 남이 자연휴양림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자연휴양림이 되었다 한다.


산행에서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어제 뜯은 엄나무 순과 엄나무, 그리고 손위 처남이 사다 준 인삼을 잔뜩 넣고 끓인 쌉쌀한 닭백숙을 먹으며 어스름이 내리는 처가의 앞산을 바라본다. 낮에 보았던 그 첩첩산중이 눈에 아련하며 산으로만 보였던 그 산들의 겹침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남이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가는 길은 꼬불꼬불 산등성이를 굽이쳐 지나며 깊은 산세가 장관이며 곳곳이 계곡이다. 휴양림은 말 그대로 장승처럼 우뚝 서 있는 신선봉과 선야봉의 높은 봉우리 바로 밑에 조성된 계곡으로,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깊은 산중에 금산군이 정성을 다해 자연 친화형 휴양지로 만들었다. 


이슬비가 아스라이 내리는 휴양림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 가에는 어제부터 야영한 사람 몇 명이 한가히 커피를 마시며 자연을 즐기고 있다. 종교학자, 폴 틸리히의 말을 빌리면,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라던데, 이들은 자신만의 고독을 즐기는 듯 보였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남에게 휩쓸려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고독을 통해 삶을 다져온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 이렇게 깊은 골짜기까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삶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해답은 분명 자기 안에 있을 터이지만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일상으로부터 떠나봐야 한다.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그 답을 모색하려는 사람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길 위에 서봐야 한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건 나를 들뜨게도 힘들게도 한다. 그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땐 떠나기 전의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처럼 만에 찾은 금산의 진악산과 첩첩산중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이었음을 느낀다. 자연 속에 어울려 사는 금산의 모습도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교대 지난해 정시 합격선 일제히 하락…수능 일부 6등급도 붙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교육대학들 지난해 정시 합격선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로학원은 지난 25일까지 각 교대 및 초등교육과를 운영하는 대학 총 9개교가 공개한 2024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점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공주교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자체적으로 5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쓰는데, 합격선은 전년도 입시와 견줘 11.9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 대학에 정시 일반전형으로 합격해 등록한 학생들의 수능 국어·수학·영어·탐구 네 영역 평균 등급은 2.6등급에서 3.1등급으로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공주교대는 수능 영역별 최저합격선도 공개했는데, 등록하지 않은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합격선은 더 하락했다는 것이 학원 측의 전언이다. 종로학원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등 일부 과목에 6등급을 맞은 학생도 일반전형에 합격했다"며 "합격자의 수능 4과목 평균 등급 최저치는 3.88등급"이라고 했다. 서울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춘천교대와 한국교원대(초등교육과)도 수능 성적표에 있는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을 자체 산식으로 환산하는데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정시 평균 합격선을 전년도 입시와 견줘 전주교대는 90

정치

더보기
尹,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양국 간 무역·투자 한 단계 성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주앙 로렌쑤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한 단계 성장시키자고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은 공식 방한한 로렌쑤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과 함께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1992년 수교한 이래 우호 협력 관계가 꾸준히 발전해 왔다"며 "지난해 11월 정상 간 통화를 포함해 최근 각급에서 고위급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양자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로렌쑤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당시부터 한국을 주요 협력국으로 언급하면서 양국 간 협력을 적극 추진해 온 데에 사의를 표했다. 로렌쑤 대통령은 한국의 성공적인 발전 모델과 경험이 앙골라에 모범이 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계기 체결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양해각서를 언급하며 "무역과 투자를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건설, 조선, 화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협력을 신재생에너지, 보건, 관세행정, 방산, 경찰 협력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대북 정책을 포함한 국제 사회 평화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예대 1호 버추얼 아티스트 ‘하루(HAROO)’, 음반 발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예술대학교 1호 버추얼 아티스트, 하루(HAROO)가 앨범 ‘MASTERMIND(마스터마인드)’를 발매한다. 30일 서울예대에 따르면 ‘MASTERMIND’는 하루가 지금까지 선보인 발랄하고 밝은 이미지를 넘어서,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시도와 감성을 담아내며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은 이브를 빗대어, 사과라는 오브제를 활용한 내면의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음원과 뮤직비디오는 오는 5월 1일부터 각종 음원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버추얼 휴먼인 하루는 서울예대 방송영상전공 23학번 재학생으로, 재학생들과 캠퍼스를 누비며 다양한 학내 예술 활동에 참여 중이다. 해당 앨범은, 서울예대 산학협력단(단장 오준현) 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아프로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지원 아래 제작됐다. 하루를 비롯한 서울예대의 예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아프로프로젝트’는, 창작물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학부에서 개발된 창작물 중 우수 콘텐츠의 IP를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프로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오준혁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