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지 이틀째인 24일 일부 야당 의원들과 5공화국 당시 인사들만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등 비교적 한산했다.
여야 주요 인사들의 빈소 외면으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빈소를 다녀갔다.
빈소 내부엔 이명박 전 대통령,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의 근조화환이 자리했다.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조화환도 도착했지만 뒤늦게 본인이 보낸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치워졌다.
이날 조문을 온 반기문 전 유엔ㅁ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공과에 대해 역사가 계속 평가할 것이다. 특히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사과를 밝히지 않은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인간 모두 명암이 있고, 전 전 대통령도 명암이 있다"고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나는 전두환 정권 때 두 번이나 감옥에 갔던 사람"이라며 "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한 일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문하는 건 마땅한 예의"라고 말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돌아가셨으니 명복을 빌러 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고인에 대한 평가'를 묻자, 주 의원은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빈소를 다녀갔다.
고인과 함께했던 제5공화국 당시 인사들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전날 연희동 자택에서부터 빈소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이날도 빈소에 머물렀다. 하나회 막내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조문했다.
제5공화국 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하고 안기부 특별보좌관을 지낸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은 "집권 과정에 엄청난 과오도 있었지만, 재임 기간 공적이 대단하다"면서 "아픈 역사를 떠나보내고 미래를 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제5공화국에서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아무리 국민들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 해도 산골짝 어느 깊은 조그만 모퉁이에 한 몸 누이는걸 허용할 수 있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또 이날 정영의 전 재무부 장관, 사공일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조남풍 전 국군보안사령관 등도 조문했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칩거할 당시 동행했던 차찬회 전 대통령경호실 기획실장도 빈소를 찾았다.
이 외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 등도 조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빈소에 모습을 보였다.
박 전 이사장은 "죽음이란 것은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얼마 전 작고한 노 전 대통령, 별세하신 전 전 대통령 세 분이 만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당원 100여명이 단체로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방역수칙을 위해 20명씩 조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도 빈소를 방문했다.
반면 김대중 정권에서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특별보좌관을 지낸 정재규씨가 '살인마 전두환 사죄는 하고 가야지'라는 피켓을 들고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충돌할 우려가 발생하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55분께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외치는 시민들과 '전두환이 왜 사죄하냐'는 시민들이 말 다툼을 하던 중 몸싸움으로 이어져 병원 측이 설치한 저지선이 넘어지기도 했다.
저녁 시간대가 되자 일부 지지자들만 빈소를 찾는 등 전 전 대통령의 빈소는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한차례 가짜 조화로 해프닝을 겪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조화가 이날 오후 8시32분께 빈소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과의 악연으로도 유명하다. 전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박정희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은 18년간 사실상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간 바 있다.
고인이 생전에 회고록에 담은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보이는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그날을 맞고 싶다'고 남긴 내용은 사실상 그의 유언이 됐다.
유족 측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다. 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