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당정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그대로 두고 1년짜리 보유세 한시 동결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대선을 의식한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스스로 부동산 과세 체계 일관성을 무너뜨려 정책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갑작스런 변화로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지난 20일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공시가 상승에 따라 부담이 늘어난 종부세에 대해서도 당정은 1가구1주택자 고령층에 한해 한시적 납부유예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를 추진해 왔다. 정부는 현재 70.2% 수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5~10년에 걸쳐 시세의 90% 수준까지 상향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에 달한다.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20%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13.11%(12월 둘째 주까지)로 작년 같은 기간(6.43%)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맞물리면서 내년에 보유세를 포함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자체는 조정 없이 예정대로 추진하되 내년에 한시적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동결시키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급격히 나빠지자 정부가 보유세 강화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작년에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해 통계지표인 공시가격의 적정성을 지속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재산세 등 공시가액에 의해 올라가는 부분을 다른 정책적 방법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고수하면서 1년짜리 보유세 동결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대선용 환심 사기"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대선 있는 1년만 꼼수로 보유세 낮춰서 표 장사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내후년에 세금 왕창 내라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기존의 보유세 강화 기조를 한순간에 뒤집는 것이어서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의 정책 수정은 바람직하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단기 대책만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시적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며 "임시조치를 했다면 장기방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계속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다주택자들의 매도 유인을 떨어뜨려 정부의 궁극적인 집값 안정 목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표심에 눈멀어 빈대떡 뒤집듯 뒤집는 정책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글을 남겼고, 다른 누리꾼은 "세금 감면 이아기 꺼내가지고 나올 매물도 들어가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법안 마련에도 착수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내년 대선과 맞물려 줄줄이 나오고 있는 선거용 정책이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 현상을 심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을 팔려고 했던 사람들이 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이 생긴 만큼 결정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면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 매도 압박이 감소할 수 있다"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감면 논의로 매도보다 관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절벽 심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