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9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기자 수첩】 꽃피는 봄, 막말·혐오도 활짝 폈던 4.10 총선

URL복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사람에게 인격이, 나라에 국격이 있다면 정치에도 격(格)이 있을 것이다. 인격은 ‘사람으로서 품격’으로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짐승과 인간을 구별하는 잣대로 여겨왔다. ‘인격이 없다’는 말은 ‘양심 없다’ 말과 같이 심각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국격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갖추고 있는 정직과 신의, 배려와 관용, 민주적 의사결정 등의 사회적 자산이 국격을 이루는 가치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 세계 10위권의 5030클럽 가입(인구 5,000만 명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은 나라) 국가, K-콘텐츠 문화 강국 등으로 세계인에 인식돼 있다. 그런데 최근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 Institute)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Democracy Report 2024)’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친 나라로 분류됐다. 이 보고서는 179개국의 민주화 수준을 ‘자유민주주의지수(LDI)’로 수치화한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은 2019년 18위, 2020-21년 17위, 2022년 28위였던 것이 47위로 떨어져 이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웬만한 나라보다도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국격의 중요한 가치를 이루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 즉 정치는 어떨까? 국민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고 보살피는 정치,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는 그저 흘러 다니는 식상한 말이 된지 오래다. 절차적 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선 1987년 이후 37년은 진영 간 대결 정치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정치가 나라 국격을 떨어뜨리는 대표 선수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걸 장삼이사의 술자리 안주로만 치부하기에는 정치 불신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4.10 총선 과정에서 뇌리에 남는 건 여야가 쏟아낸 막말과 극단적 혐오 부추기뿐이다.

 

비록 공직에 나서기 전 사적으로 했다지만 부적절한 발언의 인사를 공천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이용해 상대 당에 극단적인 낙인찍기와 험한 막말 공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 ‘나베’, ‘범죄자 집단’, ‘도둑’, ‘일베’, ‘XX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누가 더 세고 나쁜 말을 하는지 경쟁하는 선거였다. 일개 지역구 후보가 내뱉은 말이 아니라 선거를 지휘하는 각 정당의 지도자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심각하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정치인의 인격과 무관치 않다. 공자가 지은 중국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의 주석서인 춘추좌씨전에 언신지문(言身之文)이라는 말이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심정을 나타내는 문채로, 말은 마음의 문장이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언행일치를 강조하면서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창이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는 말과 설득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막말과 상대에 대한 혐오가 일상화한 정치가 민생을 살피고 국민 통합을 이끌기는 어렵다. 막말은 한 번 터지면 언제 어디서 타오를지 모른다. 소시민들은 가슴에 품고 있던 말을 배설해 억하심정이나 강박관념을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마음속에 담아둔 감정의 응어리를 거친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상대에게 표출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들기도 한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책임이 무거운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중들 앞에서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해온 말만 발언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들도 대중연설을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적어 온 것을 읽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조그만 어휘 하나가 뜻하지 않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교수는 국격을 높이려면 “우선은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격의 대표적인 것이 천박하고 저속한 말이다. 정치가 비속어로 가득하고 상스러운 말들이 난무해서는 민주주의나 국격은 설자리가 없다.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게 정치의 일상이겠지만 막말과 혐오를 부추기는 말부터 걷어내야 정치가 제일을 할 수 있다. 천박하고 과격한 언어가 정치를 망신창이로 만든다. 또 극단적 진영 대결 정치를 협치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의 승자독식 정치체제는 상대를 악마화해 상대에 대한 극단적 공격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협치가 가능한 정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찬대 의원 “캄보디아 ODA, 50억원 불용 직후 국제개발협력위 심사 안 받고 1300억원 예산 편성”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캄보디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추진 과정에서 50억원이 제도 미비로 불용된 직후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1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무조정실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 정무위원회, 3선, 사진)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확정된 2024년도 민간협력전대차관 사업 예산 50억원은 전액 불용됐다. 이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은 “사업 추진에 앞서 관련 제도 정비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내부 절차 마련을 진행했으나 동 작업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돼 50억원 예산은 불용됐다(불용 시기=2024년 11월)”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캄보디아 대상 민간협력전대차관 사업은 2025년도 종합시행계획(요구액) 심의‧의결 이후에 정부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편성된 사업이다”라며 “이후 국회 심의를 거쳐 2025년도 종합시행계획(확정액)에 포함돼 심의·의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국회 심의‧의결 단계에서 해당 사업이 포함된 것을 나중에 인지했고, 앞선 절차가 정상적으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박용철 강화군수 취임 1주년 맞아 안정 ‧ 미래 ‧ 혁신으로 답하다
[시사뉴스 강화=지창호 기자] ‘군민 소통과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건 박용철 강화군수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강화군은 안정·미래·혁신의 세 축이 조화롭게 맞물리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박 군수는 흔들리던 군정을 신속히 안정시키는 한편,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미래 비전을 세우고, 혁신 과제를 잇달아 가동하며 군 전역에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군수는 “접경지역과 인구감소, 각종 규제라는 3중고에 혁신하지 않으면 지방소멸의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년 군정에 매진했다”며, “7만 강화군민의 통합된 힘과 우리 공직자의 헌신으로 이제 강화 발전의 밑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년 간의 주요 성과와 정책 방향들을 살펴본다. 안정 : 군정 공백 혼란, 현장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 박용철 군수는 지난 1년간 군정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군수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7개월간 군정 공백이 이어지고, 대남 소음공격 피해가 겹치며 지역 불안이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취임 직후에는 최우선 과제였던 북한 소음공격 문제에 발 빠르게 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