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23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기자 수첩】 꽃피는 봄, 막말·혐오도 활짝 폈던 4.10 총선

URL복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사람에게 인격이, 나라에 국격이 있다면 정치에도 격(格)이 있을 것이다. 인격은 ‘사람으로서 품격’으로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짐승과 인간을 구별하는 잣대로 여겨왔다. ‘인격이 없다’는 말은 ‘양심 없다’ 말과 같이 심각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국격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갖추고 있는 정직과 신의, 배려와 관용, 민주적 의사결정 등의 사회적 자산이 국격을 이루는 가치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 세계 10위권의 5030클럽 가입(인구 5,000만 명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은 나라) 국가, K-콘텐츠 문화 강국 등으로 세계인에 인식돼 있다. 그런데 최근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 Institute)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Democracy Report 2024)’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친 나라로 분류됐다. 이 보고서는 179개국의 민주화 수준을 ‘자유민주주의지수(LDI)’로 수치화한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은 2019년 18위, 2020-21년 17위, 2022년 28위였던 것이 47위로 떨어져 이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웬만한 나라보다도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국격의 중요한 가치를 이루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 즉 정치는 어떨까? 국민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고 보살피는 정치,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는 그저 흘러 다니는 식상한 말이 된지 오래다. 절차적 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선 1987년 이후 37년은 진영 간 대결 정치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정치가 나라 국격을 떨어뜨리는 대표 선수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걸 장삼이사의 술자리 안주로만 치부하기에는 정치 불신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4.10 총선 과정에서 뇌리에 남는 건 여야가 쏟아낸 막말과 극단적 혐오 부추기뿐이다.

 

비록 공직에 나서기 전 사적으로 했다지만 부적절한 발언의 인사를 공천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이용해 상대 당에 극단적인 낙인찍기와 험한 막말 공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 ‘나베’, ‘범죄자 집단’, ‘도둑’, ‘일베’, ‘XX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누가 더 세고 나쁜 말을 하는지 경쟁하는 선거였다. 일개 지역구 후보가 내뱉은 말이 아니라 선거를 지휘하는 각 정당의 지도자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심각하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정치인의 인격과 무관치 않다. 공자가 지은 중국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의 주석서인 춘추좌씨전에 언신지문(言身之文)이라는 말이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심정을 나타내는 문채로, 말은 마음의 문장이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언행일치를 강조하면서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창이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는 말과 설득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막말과 상대에 대한 혐오가 일상화한 정치가 민생을 살피고 국민 통합을 이끌기는 어렵다. 막말은 한 번 터지면 언제 어디서 타오를지 모른다. 소시민들은 가슴에 품고 있던 말을 배설해 억하심정이나 강박관념을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마음속에 담아둔 감정의 응어리를 거친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상대에게 표출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들기도 한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책임이 무거운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중들 앞에서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해온 말만 발언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들도 대중연설을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적어 온 것을 읽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조그만 어휘 하나가 뜻하지 않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교수는 국격을 높이려면 “우선은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격의 대표적인 것이 천박하고 저속한 말이다. 정치가 비속어로 가득하고 상스러운 말들이 난무해서는 민주주의나 국격은 설자리가 없다.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게 정치의 일상이겠지만 막말과 혐오를 부추기는 말부터 걷어내야 정치가 제일을 할 수 있다. 천박하고 과격한 언어가 정치를 망신창이로 만든다. 또 극단적 진영 대결 정치를 협치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의 승자독식 정치체제는 상대를 악마화해 상대에 대한 극단적 공격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협치가 가능한 정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김문수 “李, 과거 ‘미군 점령군’ 발언 사과해야”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3일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지금이라도 과거 (미군)점령군 발언을 사과하고, 한미동맹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는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며 폄훼한 바 있고,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매도한 적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지로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 검토나 발표는 아니지만,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단순한 병력 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전망이 퍼지고 있다”며 “저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한미 핵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즉각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주한미군 주둔과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

경제

더보기
허영인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고발 당해...사면초과 SPC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PC 계열사 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벌써 세 번째다. 현재 형사재판 중인 허영인 SPC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고, 고객들의 불매운동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일한 패턴의 반복되는 사망사고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씨 부검을 진행한 뒤 경찰에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냈다. 시흥경찰서는 공장 관계자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SPC시화공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독자가 대통령에게 추전하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대통령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회원들에게 직접 추천받는 ‘21대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새 대통령이 책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됐다. 도서 추천 기간은 6월 15일까지이며, 예스24는 댓글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한 회원 1000명에게 YES포인트 500원을 선물할 예정이다. 5월 20일 기준 현재까지 예스24 회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도서 1위에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정치 분야 역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올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를 미리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구간임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역주행하며 다시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하다는 착각’(‘사회적 분열을 이해하고 진정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손자병법: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고전에서 리더의 모습을 배우고 사회통합과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다정한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