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한 때 일본인 관광객 필수코스였는데, 그 많던 관광객들이 다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 빈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이 채웠네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명동 쇼핑 거리. 한 화장품 가게의 직원은 "콰이라이(快來·중국어로 어서 오세요)"라고 외치며 중국인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한때 '엔화거리'로 불렸던 명동 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일본어로 어서오십시오)'라는 인사말도 옛 추억이 된지 오래다.
일본인 방한객 감소와 중국인 방한객 증가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 잡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1만9337명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39.8% 증가했으나, 일본인 관광객 수는 154만3773명으로 지난해보다 11.1%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올해 8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한 75만7683명이 방한하며, 전체 방한 외래객 중 52.1%를 차지했다. 가족 단위 관광객 증가로 0~20세 연령층이 31.4%, 31~40세 연령층이 23.6%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인 관광객은 올해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23.1% 감소한 20만8147명이 한국을 찾았다. 남녀는 각각 20.2%, 24.7% 감소하고, 61세 이상 연령대 방한객이 26.5%로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고 공사 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와 한·일 양국 간의 외교갈등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최적의 쇼핑 장소·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유통학회 고문인 임채운 교수(서강대 경영학과)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것은 엔저 약세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한일 관계의 악화도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 보면 지리학적으로 한국이 가장 가까운 나라로, 여행시간이나 관광 일정·비용적인 부분에서 매력적이다.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행을 많이 가는 것의 반사효과를 우리나라가 보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고급 관광객들은 유럽을 가고, 서민층이나 젊은층·중산층까지 우리나라에 많이 온다. 앞으로도 방한 중국인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복적으로 방문하게 하고 고급 소비자들이 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홍철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엔화 약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예전에는 일본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한국에 왔는데, 지금은 더 비싼 돈을 들여 올 수 밖에 없다"며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방한 일본인이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드라마·케이팝(K-pop) 등 한류 열풍으로 친숙함을 느끼는데다, 같은 제품이어도 중국 현지보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저렴한 경우가 있다"며 "저렴한 항공료로 중저가호텔에 머물면서 쇼핑하는 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문화적인 요인과 우리나라의 발달된 쇼핑문화가 방한 중국인이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심진아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현재 한일관계·중일관계는 안 좋은데, 한중관계는 상당히 좋다"며 "우리나라가 가깝고 편한데다, 중국사람들이 이제 막 해외여행을 시작하면서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나라로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갈등이 없고, 믿을만한 상품들이 많다보니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많이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훨씬 많다보니 백화점·면세점·마트 등 유통업계도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 사람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통업체들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두고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관광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쇼핑·숙박·식사 등 여러 인프라의 수준을 고급화시키는 것이 유통업계의 향후 숙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