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연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빌린 주택담보대출 액수가 8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을 뛰어넘었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주택 시장 활성화 보다는 저소득층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이 12조원 가량 늘어났다.
이는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증가 규모인 9조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 완화가 갚을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층의 가계빚만 키운 셈이다.
연소득 3000만원이 넘는 우량 대출자의 증가액이 전체 증가액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게 그간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은데다 이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은 점점 악화된다는 데 있다.
또 저소득 계층의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사려는 목적보다는 다른 고금리 빚을 갚거나 생활비 용도로 쓰이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로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경우, 가계의 소득여건이나 경기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이 저소득층에 대한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했지만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소득층 부채가 주태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구매 목적 보다는 사업자금 마련이나 생활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한계가구가 많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금리 인상의 타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소득과 자산 대비 보유 부채가 큰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부담은 가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진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대책이 절실하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시장금리가 같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취약한 소득구조를 고려할 때 경기회복 지연 시 이들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금융 지원, 채무상환능력 제고, 개인채무자 구제제도 정비 등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