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삼성그룹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30일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삼성의 화학 계열사 매각은 지난해 한화그룹과의 '빅딜'에서 시작된 삼성그룹 사업 재편의 연장선이다.
삼성은 이번 빅딜로 화학사업을 정리하며 전자와 금융, 바이오 3개 사업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전자와 바이오 등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삼성은 강도 높은 비용절감과 비핵심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수익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영역이 겹치는 회사들은 합치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화학사업은 그룹 내 여러 사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매년 어느 정도 영업이익은 실현했지만 주력사업으로 삼기는 어려웠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 사업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번 빅딜로 2조5850억원(매각금액)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성장 동력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 삼성SDI는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앞으로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수준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자금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삼성SDI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중국 시안(西安)에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은 최근 제조업 중심의 단순 경쟁력에서 탈피해 전자와 IT에 집중하는 체질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 분야 구조조정을 통해 반도체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과 바이오 등에 좀 더 집중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의 사업 재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빅딜로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의 양대 축과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하게 됐다.
지난해 실패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다시 추진할 지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 회사 모두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 1조 5000억원 가량 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548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3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래서 이들 회사의 매각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한편 삼성물산은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제일모직 건설·리조트 부문이 합쳐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정규직은 지난해 말 기준 6383명에서 올해 6월 말 5961명으로 6.61%(422명) 감소했다. 하지만 제일모직 건설·리조트 부문(1147명)이 추가되면 다시 정규직만 7000명을 넘어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