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중국과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자본력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육성하고 있고, 미국의 인텔도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절대 우위를 지킬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6월 '국가집적회로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며 1200억위안(약 2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거침없는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출을 위해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고,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약 26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21일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가 최대주주(15%)인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회사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이나 PC 등에서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된다.
이번 인수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미국도 호시탐탐 시장장악을 노리고 있다. 세계 반도체 1위 업체인 인텔이 선두에 섰다. 인텔은 지난 7월말 마이크론과 손잡고 개발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를 공개했다.
3D 크로스포인트는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다.
인텔은 이를 위해 중국 랴오닝성 다롄 공장을 메모리 생산 기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최대 55억달러(약 6조2300억원)가 투입된다. 이 공장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했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부터 3차원(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이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한 이후 30년 만에 메모리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현하자 역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께 18나노 공정 D램 메모리 반도체를 새롭게 선보이며 글로벌 1위 수성에 나설 예정이다. 18나노 공정은 반도체 회로 두께가 1억분의 1.8m라는 의미다. 시스템반도체 핵심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품군 다양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 D램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프리미엄 제품인 DDR4와 LPDDR4 제품의 비중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비롯한 솔루션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편 파급력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로 중국의 간접적인 메모리시장 진입은 가시화됐지만 칭화유니그룹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을 15%만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확보한 지배주주라고 보기 어렵다"며 "샌디스크를 활용한 직접적인 낸드 산업 진입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로 중국의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한국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장기적 성장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